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15
0
2024년 12월 초, 제주에서 8박 9일 동안 머무는 기간에 서울에서 가까이 지내던 지인 두 분이 제주 집을 찾아 주었다. 그분들과 함께했던 4박 5일의 제주 생활은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
그분들과 함께 3일 동안, 제주 관광을 시작했다. 우리가 하루하루 찾아나섰던 곳은 머체왓 숲길과 따라비오름, 돌낭예술원 등이었다. 세 곳 모두가 아주 훌륭한 관광지다. 제주를 여러 차례 찾았으나 세 곳 모두 처음 갔던 곳이다.
첫날 찾았던 머체왓 숲길은 제주 사려니 숲길처럼 삼나무, 편백나무, 소나무와 그 밖의 나무 등이 하늘을 향하여 쭉쭉 밀집해 있어 장관이었다. 머체왓 숲길에 들어서니 바람이 꽤 세차게 불고 있는 겨울 날씨였으나, 숲길만은 밀집한 숲이 병풍처럼 바람을 막아 주어서 따뜻한 봄날 같았다.
머체왓 숲길을 한 바퀴 걷는 데는 6.7km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우리는 숲길 입구인 안내센터에서 시작하여 숲유치원, 연제비도, 편백낭 치유의 숲 등을 담화를 나누면서 한 바퀴를 잘 돌았다.
특히 서중천 전망대에서는 숲 사이를 흐르는 계곡뿐만이 아닌, 꽤 큰 맑은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숲속의 웅덩이치고는 넓었고, 물은 아주 맑고 맑았다. 제주도의 계곡물은 일상 비가 내려야 흐르는데 이곳은 상시 물이 흐르고 있나 보다. 꽤 큰 물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머체왓 숲길 사이사이로 이루고 있는 계곡의 바닥이 하얀 바윗돌이었다. 제주의 돌은 검은 화산암이 대부분인데 이곳의 계곡에 깔린 바위들이 하얘서 특이하고 신기했다. 물 흐르는 계곡과 함께하는 머체왓 숲길 걷기는 몸과 마음을 말갛게 씻겨 주어 날아갈 듯 상쾌했다. 제주를 찾는다면 관광의 필수 코스가 분명하겠다.
다음 날 관광은 따라비오름이었다. 이곳은 서귀포시 남원읍 표선면에 있는 곳으로 산 아래 바닥부터 산 중턱이며 산 위까지 갈대가 하얗게 춤을 추고 있다.
오름의 정상에 오르자, 하얀 갈대꽃이 춤을 추고 있는가 하면 12월의 겨울을 맞이하는 계절인데도 진달래꽃이 예쁘게 피어 곳곳을 밝혀 주고 있었다. 제주 기온은 서울의 봄과 다름없다 보니, 진달래가 봄인 줄 알고 꽃을 피우고 있나 보다. 따라비오름은 아주 화려한 오름으로, 제주의 많은 오름 중 최고의 오름이 분명하다.
사실 이 따라비오름은 내가 작년 9월, 제주에 왔을 적에 가을 갈대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고 홍보하여 찾아나섰었다.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열심히 찾았으나, 쉽게 찾지 못해서 돌아서고 말았던 곳이다. 이제라도 지인들과 함께 찾아 오르게 되었으니 흐뭇하다.
세 번째 우리가 찾았던 곳은 돌낭예술원이란 관광지였다. 이곳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다. 위미리는 아들의 집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들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던 이 훌륭한 곳을 이제야 찾다니….
돌낭예술원은 아주 대단한 곳이다. 이곳의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각종 수목과 돌들의 꾸밈이 아주 환상적이다. 또한 분수며 조성한 폭포 역시도 구경거리로 으뜸이다. 최고의 아름다움은 소나무 분재원이었다. 예술원 내에는 많은 소나무 분재가 진열되어 있다. 특히 재미있고 멋진 모습은 소나무가 현무암을 뿌리로 감아 뻗쳐 내리는 것으로 정말 대단했다.
제주의 현무암은 흙 한 톨 없이도 나무를 자라게 하는 수분을 잔뜩 품은 신비의 돌이라 했다. 그러나 현무암이 아무리 수분을 담고 있다 한들 소나무가 현무암에 뿌리를 붙여 자라고 있다는 자체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또한 거북이 폭포며 분수대가 아주 마음을 사로잡는다. 돌낭예술원을 계속 들어가다 보면 안쪽에서 두 곳의 전망대를 만난다. 하나는 제주 망망대해를 내려다보고, 다른 전망대는 한라산을 지척으로 관망할 수 있다. 이 역시 대단하며 감동적이다.
돌낭예술원은 주인장이 40여 년간 예술혼을 불어넣은 분재와 석부작 그리고 제주 자생식물과 화산석으로 꾸민 제주식 정원이라 했다. 내부에는 120여 종의 수목, 200여 종의 야생화와 수십 종의 수국이 숲을 이루고 있다. 예술혼이 가득 담긴 모습들을 대하며 경의를 표했다.
제주에 집을 지은 아들의 장래 희망은 집 주변의 귤밭에 미술관을 조성하는 일이다. ‘아들이 미술관만이 아닌 미술관의 주변을 돌낭예술원처럼 멋지게 꾸몄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소망을 가져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미술관을 건립하고 주변을 예술적으로 꾸미기 위해서는 돌낭예술원이 정말 큰 참고가 되겠다. 아들에게 돌낭예술원을 꼭 찾아보라 이르겠다. 그리고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돌낭예술원만큼의 수목과 석부작 등 내가 무엇인가 하나라도 조성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마음에 맞는 지인들과 함께 찾았던 머체왓 숲길부터 따라비오름 그리고 돌낭예술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즐겁고 행복한 제주의 겨울 관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