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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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있던 자리엔
언제나 바람이 있었다.
개울은 흐르고 있었지만
그날만은
물살이 숨을 죽인 듯했다.
그녀가 튕긴 돌 하나,
물 위에 맴돌다
내 안에 오래 번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발끝에 머문 바람이
말보다 먼저 떨었다.
햇빛이 그녀의 머리칼에 내려앉고
맑은 눈동자가
물빛처럼 스며들었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그 소리가 바람에 흩어져
나를 감쌌다.
눈이 마주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잔상이었다.
시간은 물 밑으로 가라앉고
돌멩이 하나가
이름 없이 눕는다.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섰고
그녀는 없었지만
바람은 여전히 내 앞에 있었다.
나는 눈을 감는다.
그녀를 부르면
바람이 멈출까 두려웠다.
다시 스칠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