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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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를 매만지다가
푸른 송이 사잇길에서
육사를 만났다
하이얀 세마포를 입은 그가
은쟁반에 모시 수건을
마련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오랑을 기다리는 세오녀처럼
주렁주렁 포도알 너머
바다 빛 하늘을 담을
선한 눈빛의 귀인이 오기를
넝쿨 사이마다 그림자가 내리고
바닷바람에 향기는 익어갔지만
풍문이었는지
아니면
전설이 되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잎새의 푸른 귀에 대고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포도의 시간은
많은 이야기를 머금은 채
울컥거리며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