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14
0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저리 얼굴을 붉히시나이까
길고 긴 여름날에도
차분하게 냉정을 잃지 않으시더니
그 뜨거웠던 여름날에도
오로지 초록만을 변치 않고 간직하시더니
여름 다 가고
뜨거움도 다 사라졌는데
서늘한 바람 불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차분히게 냉정한 이성의 기운을 찾아가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오로지 당신만이
도도하리만치 그토록 차분하시던
당신만이
뜨겁게 얼굴을 붉히시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