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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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동생네 집에 왔다
마당가에 줄맞춰 피어 있는 빨강 노랑 튤립들이
유럽의 어느 정원에 와 있는 듯
오가는 사람들 발길을 잡는다
꽃구경에 정신을 놓고 있을 즈음
미나리를 뜯으러 개울둑을 걷다보니
동생의 발밑에 깔려 아프다 말도 못하는
노란 민들레가 눈에 들어왔다
귀한 대접받고 고고하게 핀 튤립보다
발아래 수수하게 피어 바람의 손을 잡아야만
세상구경을 할 수 있는,
부러진 꽃들을 집으로 가져와
분홍 장미꽃이 꽂혀있던 화병에 꽂았다
시들시들 고개를 숙인 꽃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긋 웃고 있다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고
며칠 식탁 위엔 장미도 튤립도 아닌
노란 꽃방석 닮은 민들레가
소소한 밥상과 어울리고 있다
사흘만인가
아침을 하려고 주방에 들어선 순간
백발의 민들레가 너른 벌판이 그리운지
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파란 하늘, 넓은 세상
꿈을 향해 날아오르길 바라며
창문을 열자
은빛 꿈들을 바람의 손을 잡고 높이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