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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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국화 한 송이 숙연히 헌화하면서
몹시도 외람되지만
한 생이 어떠셨냐고
여쭤본다
가장의 무게를 덜어내면
남편이며 아버지의 자리는 참
괜찮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밥한번먹자고했던
약속의 시간이 아직
많이 남은 줄 알았어요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귀띔이라도 해 주시지요
그렇게 훌쩍 가시면
퍼렇게 절여진 배춧잎 같은 고독을
저물녘 오일장의 적막을
외기러기는 어떻게 견디어야 하나요
세월에 말리고 희석되고 바래지는
망각이라는 처방전이 있다고
고요히 일러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