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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범도』『당신의 왼편』, 소설집『내일을 여는 집』『랍스터를 먹는 시간』 『새벽 출정』『세월』, 창작방법론『이야기를 완성하는 서사패턴 959』등을 냈으며, 신동 엽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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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몰 시점에서 촬영된 고지에서 내려다 본 풍경

 

사진 왼쪽의 블라디보스토크 부두에서 하역 노무자로 일하며 무기를 살 군자금을 모았던 홍범도와 그의 부대원들, 「범도」의 사람들은 노을이 지는 오른쪽 해안선 너머 함경도를 바라보며 이 언덕 위에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안중근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한 손으로 감아쥔 브라우닝을 내려다 보았다.

“어디서 두 정씩이나 살 돈을 구했소? ”

“이석산이한테 좀 얻었습니다.”

이석산은 안중근과 같은 황해도 출신의 젊은 의병장이었다. 황해도 구월산과 예성강 일대에서 맹활약하다 부하들을 데리고 나보다 먼저 연해주로 건너온 이석산은 힘이 장사였다. 내가 부하들이 먹는 것도 아까워할 만큼 인색하기로 소문난 그를 만난 것은 지난 달이었다. 울라지보스토크로 유인석을 찾아가던 길에 만난 이석산은 부하들과 함께 부두에서 막노동을 하며 군자금을 모으고 있었다. 그는 부하들과 하루 두 끼를 먹으며 한 달 동안 일한 노임으로 마련했다는 기관총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 기관포를 보고 있으면 종일 굶고 일해도 배가 부릅니다.”

이석산은 러시아제 기관총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적의 기관총탄에 쫓기며 탄환 한 발 남지 않은 빈총을 들고 매 만난 꿩처럼 비참하게 도망 다녀보지 않으면 모르는 심정이었다. 그가 부하들을 굶긴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총기를 사들이는 마음을 나는 충분히 알수 있었다.

한이 맺혀 군자금을 모으는 이석산이 안중근에게라고 쉽사리 군자금을 내놓았을 것 같지 않았다.

“이석산이 어쩐 일로 돈을 내놓았소? ”

“좋은 말로 빌려 달라고 했는데 듣지 않길래 이걸 들이댔죠.”

안중근은 왼손으로 오른쪽 허리춤에 차고 있던 리볼버38을 뽑아들었다.

거침이 없는 번개다웠다.(『범도』2권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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