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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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모난 데 없는
잔잔한 어항 동네
이른 아침 솔솔 물안개로 피어올라
잎자루 통통한 부레옥잠으로 떠 있다가
때로는 하얀 실뿌리 부지런히 물어뜯는
눈알 동글한 금붕어로 꼬리 쳐 보기도 하더라만
기어이 크게 먼저 한몫들 챙기겠노라
아등바등 얽히고설킨 먹이사슬 요란한 난장판
허황된 불빛에 정신 줄 잃은 부나비 신세로
끝내 저 자신마저 불타 죽게 할 아둔한 속내
태연히 감추고
굶주린 아귀처럼 겁 없이 먹어만 대다가
제몸하나
스스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너무 비대해진 몸뚱이
마침내 제풀에 터뜨리나 싶더니
부레옥잠 둥근 어항 고즈넉한 수면에
쉴 새 없이 퍼져나가는 동그라미 파문들
성급한 열풍이 할퀴고 간 상처 보듬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소소한 여백에
어느새 또 한 잎 새로운 삶이
나긋이 고개 들고
이 고요한 야밤에
갑자기 웬 장대비냐며
어항이 철철 넘치도록 말들이 많더니만
그래도 오늘 아침 햇살은 참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