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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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함평바다
억만년 출렁대면서도
여직 숨 고르고 있는 함평바다
돌아서면 눈물 났다
밤하늘 쳐다보며 소매 적시던
열일곱 소년
그 눈물의 가치는 얼마였을까
멀리 소금밭 너머 파도를 재우고
텅 비어 있던 배고픈 함평바다
돌아서면 눈물 났다
고장 난 나침판처럼
아직도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
쉼없이 떠도는 저녁별처럼
메밀꽃길
안개 속 하얀 메밀꽃길이
새벽이슬에 젖어 있다
왜 이슬은, 우리들
배고픈 눈물을 닮았을까
꽃피는 9월이면
무작정 걷고 싶던 길
울 엄니, 야-야-
‘배 많이 고프쟈’하며
속울음 울던 길
저녁이 와도 그냥
허리끈 꽉- 졸라매고
환하게 웃고 걷던 꽃길
미사리 꽃
저 높은 벽이라고 느낄 때
담쟁이는 묵묵히
벽을 향해 올라갔다
그늘지고 메마른 땅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오르기만 했다
폭풍이 휘몰아쳐도 푸른 하늘을 생각하며
손에 손을 잡고 올라가기만 했다
담쟁이는
높은 벽을 다 덮을 때까지
벽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모두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외면할 때
마침내그높은벽을다덮어
꽃을 피워내고 말았다
내가 젊었을 때
내가 젊고 자유로웠을 때
나는 내 인생을 변화시키겠다고
생각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내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후에
나는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기로 작정했다
그 이유는
내가 빨리 변해야
변한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낙화(落化)
간밤에 불던 바람
시인마을
만정도화(滿庭桃花) 지거늘
아이는 비를 들고
쓸려 하는구나
낙화(落化)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엇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