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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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대 앞에 앉아 있다
거울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 살았을 텐데
4천여 년 전부터였다
면경(面鏡)이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거울은 인간의 얼굴에 시비를 걸어왔다
저 얼굴 좀 봐
코는 매부리코
눈은 단춧구멍
턱은 주걱턱
넌 왜 저렇게 못생겼지
의사는 예쁜 그미(美)의 사진을 내 코앞에 들이밀고
“어떻게 할 겨? 공사해야지”
성형은 이렇게 시작된다
칼로 째고
깎고 뜯어고치고
가면이 만들어진다
그미 닮은 마네킹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생긴 그대로가 아름다운데
개성을 잃어버린 얼굴들
가면의 세상
내 남자도
마네킹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