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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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겨드랑이에 돋은 날개가 투명하지 않았다면
나는 부끄러워 울 뻔했다
우리는 삼박자 음악에 맞춰 율동을 했고
할머니는 무대 아래서 춤을 추셨다
할머니 흥의 징후는 언제부터 내 마음에 번져 왔을까
한집에 살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내게서 발화된 내재율
순례길에서도 나는 삼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곤 했다
쇼윈도를 빠져나온 음악과
뭉툭한 구두굽 소리가 겹칠 때면
나는 빨간 스커트의 무희가 되어
마음속 플라멩고를 흉내 내곤 했다
『마법 천자문』, 아버지 선물 안에 압축된 침묵의 문장들
파일 틈새를 비집고 나온 싹을 조금씩 베어먹으며
언어유희를 터득할 때
발 없는 할머니가 무대 아래에서 빙빙 돌고
돌아가신 아버지 운율이
자판 위에서 핑거댄스를 추었다
시 한 편 탈고하고 난 후
내 안의 리듬을 꺼내, 소리내어 읽어볼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