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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증후군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용수(수필)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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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마당 주목에 매미처럼 붙어 있는 빨간 우체통은 나의 서툰 솜씨로 만들어진 것인데 주로 지인들이 보내준 서적들과 납세 고지서, 청첩장 등을 수취하거나 가끔 작은 물품이 전해지기도 하는 우리 집 소통 걸작이 되었다. 오늘도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적잖은 우편물이 들어있었다. 한데 이번에는 낯선 봉투가 두 개나 눈에 띄었다. 경찰서장이 보낸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였는데 얼마 전 60㎞ 과속 단속 구역에서 찍힌 것과 지난주 원주 치과에 다녀올 때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걸린 것이었다. 한데 두 건의 과태료 액수가 제법 만만찮았고 벌점까지 덤으로 받았다.

정부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도로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제한속도를 정해 놓았다. 그중 내가 자주 이용하는 2차선 일반국도 제한속도는 대부분 시속 60㎞ 이내이다. 이런 규정은 내가 운전을 처음 시작했던 ‘비포장도로’시절에도 그랬었는데 반세기가 지난 아직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데 요즘 도로 사정이나 국민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규정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단속 카메라까지 촘촘히 설치해 놓고 단속하니 운전자 대부분이‘카메라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자동차 운전자는 봉”이란 말도 어쩜 이래서 생겨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사는 지역 국도의 경우만 해도 총 길이가 14㎞밖에 안 되지만, 단속 카메라를 일곱 곳이나 설치해 놓았으니 2㎞마다 단속 카메라가 있는 셈이다. 지난 한 해에만도 나는 일곱 대 카메라에서 한 번 이상씩은 단속에 걸려 과태료 통지서를 받은 적이 있었다. 애국자 어쩌고 하면서 빈정대던 친구에게는 “설치한 사람들 성의를 생각해서…”라고 농담조로 변명했지만, 정작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을 때는 가슴이 짠해지기도 했다.

제한속도 규정에 현실성이 없다 보니 대부분 운전자는 규정을 무시하고 달리다가 카메라 앞에서만 잠시 속도를 줄인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이다. 나도 초보운전 시절에 60㎞ 규정 속도를 지켜 운전했다가 뒤차 운전자들로부터 진로방해죄로 몰매를 맞을 뻔한 적이 있었다.

나는 평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80㎞ 내외로 주행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규정 속도를 초과한 것이기에 심심찮게 단속 카메라에 걸려들곤 한다. 그것도 겨우 1, 2㎞ 초과로 단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어떤 때는 ‘내비게이션 아가씨’가 친절히 알려주었건만, 잡념에 사로잡혀 카메라 존재를 깜빡할 때도 있었다.

내가 내는 적잖은 과태료는 나라 살림에 유용하게 쓰일 거라고 자위도 해보지만, 솔직히 마음은 그리 편치가 않다. 차라리 그 돈으로‘자동차 연료를 넣었더라면…’‘친구들과 커피 타임을 더 많이 즐겼을 텐데…’하는 온갖 생각에 괜스레 심사가 불편해지기도 했다.

정말 야속했던 일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단속될 때였다. 지난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당시 9세) 사고 이후‘민식이법’이 제정되었고,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울 등 도심지에서라면 몰라도 대부분 시골 학교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폐교가 되거나 통폐합되었다. 설령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해도 학생들은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실정이라 옛날처럼 책가방을 둘러메고 걸어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우리 관내 S초등학교 앞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이 있다. 하지만 학교는 국도에서 300m가 넘게 떨어져 있고 전교생 9명은 통학버스로 학교에 다닌다. 30㎞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후 수많은 운전자가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공포의 구간이 되어 그곳을 지나는 차들은 모두 거북이가 되곤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과속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되는데 20㎞ 이하일 때는 과태료 6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되지만, 60㎞를 초과할 때는 과태료 15만 원과 벌점 120점이 차등 부과된다니 다른 곳보다 처벌이 엄중한 편이다.

교통 사망사고를 줄여보려는 의도로 만든 법을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만, 법 적용만큼은 지역 실정을 고려해서 현실성 있게 시행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모든 운전자가 제한속도 60㎞ 규정을 준수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법을 지켜 오히려 불편을 초래한다면 분명 잘못된 법일진대 왜 고쳐지지 않는 걸까. 어린이보호구역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시골 학교 학생들은 걸어서 통학하는 학생이 거의 없을뿐더러 폐교 앞 구간까지 스쿨존을 만들어 단속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싶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자동차등록 대수가 약 2,600만 대라니 국민 중 절반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셈이다. 운전자들은 도로교통법을 성실히 지키고 안전운전을 해야 하겠지만, 정부에서도 잘못된 도로 교통 법규는 현실성 있게 시급히 재정비함으로써, 우리 운전자들이 카메라 증후군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즐겁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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