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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보홀 여행

한국문인협회 로고 정명옥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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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간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저녁 비행기를 탔다. 새벽 4시쯤에 도착한 곳은 필리핀 팡라오 공항이다. 첫째딸 가족이 간다기에 이때 아니면 언제 가랴 싶어 따라 나선 여행이다.

여명에 실루엣으로 보이는 장대한 야자수와 얼굴을 스치는 더운 새벽 공기가 여기는 필리핀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숙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한국인 가이드가 알려준 것은 오토바이치기나 차치기가 있을 수 있으니 가방을 꼭 잡고 다니라하였고, 팁 문화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필리핀 보홀,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생겨 요즘에 새롭게 뜨는 관광지란다. 쇼핑센터를 가지 않는 옵션의 패키지여행에 일행은 우리 가족 넷, 다른 가족 둘이었다. 시작은 여섯 명이었으나 다른 가족 둘이 우리와는 다른 코스를 선택하여 거의 우리끼리여서 편안하고 여유롭게 다채로운 관광을 하였다.

알로나 비치로 가는 입구 도로가 보홀의 번화가라고 하였다. 글로벌 체인점인 햄버거 상가가 우뚝 솟아 있고, 사방이 개방된 상가들은 필리핀의 전통 건물로 보였다. 오토바이와‘툭툭이’라는 차량도 많고 30도가 넘는 건조하고 습한 날씨에 관광객도 많았다. 알로나 비치 너무 예뻤다.

마을 입구와 집 앞마당에 성모상이 꾸며져 있었다. 성모님을 닮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우리가 갔던 때가 부활절이라 번화가에 사람이 더욱 북적이고 차량이 정체된다고 하였다.

꼭 보고 가야 할 관광지라고 하는 초콜릿 힐, 안경원숭이가 사는 숲, 버진 아일랜드 바다 등에 갔다. 필리핀에서 세계 자연 유산에 등록을 신청했다는 초콜릿 힐은 200만 년 전에 바다가 융기되어 생긴 거대한 초콜릿 모양으로, 그 개수가 1,200여 개가 된다는데, 장관이었다.

돌출된 눈이 커서 붙여진 이름인 안경원숭이를 처음 보았다. 줄을 지어 가면서 잠자는 모습만 보았는데, 관광용으로 전시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장류 중에 제일 작고, 식성은 육식이고 성질은 사납단다. 특이한 점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살을 하여 멸종 위기에 있단다.

방카보트를 타고 가다‘버진 아일랜드’표시가 있는 바다에 내렸다. 무릎까지 찰랑거리는 서태평양을 걸으리라고 상상한 적이 없는데 걷고 있어 신기하였다. 맑고 쨍쨍한 태양 빛을 받아 반짝이며 일렁이는 투명한 바닷물이 보석 같았다. 망망대해 그 바다에 맹그로브 나무가 두 그루여서 지금도 의아하지만 외롭지는 않을 것 같았다.

호핑 투어 때, 서태평양 바다에 우리가 탄 방카보트를 포함하여 40∼50여 척이 떠 있는 풍경은 낭만적이었고, 그 보트에 탄 사람들은 돌고래를 보러 온 한국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방카보트들이 수면 위로 돌고래가 올라오도록 몇 차례 시도할 때마다 등이 반짝거리는 귀엽고 예쁜 돌고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하는 스노쿨링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태평양 입수는 처음인데, 바다가 순하게 잘 받아줘서 감사하였다. 한국인 가이드가 바다에 입수하는 사람들을 향해 슈퍼맨 자세를 하라고 외쳤다. 우리 가족 넷이 한 구멍부환을 잡고 필리핀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다니며 바닷속을 구경하였다. 바닷속을 구경하느라 옆에 있는 가족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무사히 보트에 올라와 내심 안도하였다. 바닷속은 산호초, 열대어, 파란색 불가사리, 물뱀 등으로 화려한 꽃밭 같았다.

초등학교 4학년인 손녀는 스노쿨링 중에 필리핀 가이드들이 바닷속에서 데려 온, 페트병에 담긴 니모를 손에 들고 있었다. 니모와 오래 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아는 손녀가 잠시 후에 니모를 바다에 돌려 보내줬다.

보홀의 모든 것이 이국적인데, 진짜 이국적인 것은 자동차로 이동을 하면서 본 필리핀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코코넛 나무와 그 나무에 올라가는 사람, 집 앞에 있는 강과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 웃통을 벗은 남자들, 선상 투어 중에 본 공연하는 원주민들이었다.

필리핀 원주민 어른들 공연 한쪽에서는 그 자녀들의 다이빙 공연이 있었다. 예닐곱 살짜리 아이들이 관광객이 주는 팁을 받기 위해 나무에 올라 강물로 다이빙을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기념이 될 멋진 사진이 많다. 그 중에 한 장을 꼽는다면 선명한 색의 흰 구름과 하늘을 배경으로 모래 속 하트 모양에 뒤집어 놓은 핸드폰 카메라를 바라보며 얼굴에 꽃받침을 하고 찍은 사진이다.

음식도 새롭고 맛있는 것이 많았는데, 그 중에 넷이서 이구동성으로 맛있다고 한 음식은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구운 붉은 색을 띈 고기였다. 그 고기는 돼지고기로 한국은 돼지가 120kg이 되면 도축을 하는데, 필리핀은 80kg이 되면 도축을 하는 차이인 것 같다고 하였다.

첫째딸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얼마 전에 말을 한, 소원이 이루어진 여행이었다. 딸과 사위가 계획한 필리핀 보홀 3박 5일 여행, 손녀와 물놀이를 자주 해서 좋았던 여행이기도 하다. 잘 놀고, 잘 먹고 온 여행, 다음에 온 가족이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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