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4월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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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석호가 엄마한테 말합니다. 학교에 갔다 와서 숙제하느라 집에만 있었더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밖의 일들이 궁금합니다.
“그래 알았다. 나갔다 오너라. 어디에 갈 건데?”
“산에도 가보고, 바다에도 가보고, 또 우리 학교에도 가볼까 해요.”
“어디에 가든 몸조심하고. 해가 지기 전에 꼭 돌아와.”
“예. 알았어요.”
석호는 크게 대답하고 곧 집을 나왔습니다. 산수하고 국어 숙제 하느라고 오랜 시간 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너무 갑갑합니다.
석호는 집을 나와 길을 막 뛰었습니다.
태양이 눈부셨습니다. 하늘에서 태양이 이글이글 타고 있었습니다.
“어디 먼저 갈까?”
석호는 눈부신 태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석호가 사는 마을은 조그마한 섬입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육지로 나가려면 고기잡이 어선을 타야 합니다.
“바다 먼저 가보자.”
석호는 바다를 향해 주저 없이 싱싱 달렸습니다. 푸른 바다는 언제보아도 참 좋습니다.
조금 가자 바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바다에 둥둥 떠서 여객선 한 척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우아, 정말 크구나, 사람도 많이 탔네. 나처럼 조그만 아이들도 있고….”
석호는 눈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여객선을 찬찬히 쳐다보았습니다. 여객선 창문을 열고 바다를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석호를 보았는지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석호도 크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여객선은 석호 눈앞을 빠르게 곧 지나갔습니다.
석호는 바위를 몇 걸음 더 내려가서 바닷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크고 작은 고기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사이가 좋아 보였습니다.
“나도 친구가 생기면 사이좋게 잘 지내야지.”
석호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석호는 아직 친구가 없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터놓고 나눌 만한 친구들 말입니다.
“친구가 잘못해도 내가 먼저 이해해 주고 용서해 주면 서로 좋은 친구가 되겠지.”
석호는 친구들을 많이많이 사귀고 싶습니다. 이웃집에는 아이들이 한명도 없습니다. 나이 많으신 어른들만 있습니다.
“들판에도 가보자. 꽃들이 많이 피었을 거야.”
석호는 이번엔 들판을 구경하고 싶었습니다.
들판은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조금 가자 들판이 보였는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꽃들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들판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어머니도 여기 오시면 좋아하실 거야.”
석호는 문득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집을 향해 힘껏 뛰었습니다. 엄마를 들판으로 모시고 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엄마 손을 꼭 잡고 꽃이 만발한 들판을 구경하고 다니고 싶었습니다. 엄마도 좋아하실 것입니다. 석호가 잘못을 저질러도 늘 사랑으로 감사 주시고 용서해 주신 엄마입니다.
엄마는, 그러나 집에 안 계셨습니다. 이웃집에 놀러 가신 모양입니다.
“엄마가 웃으면서 이웃집 아줌마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석호는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들판으로 왔습니다.
“엄마, 이게 무슨 꽃이야? 너무 아름다워. 꽃잎도 크고.”
“글쎄다. 엄마도 모르겠다.”
옆에서 이야기 소리가 났습니다.
“우리 엄마는 아실지도 모르는데.”
석호는 엄마가 곁에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들판 저쪽에서는 농부 아저씨들이 모를 심고 있었습니다. 석호는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농부 아저씨들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을 지나자 숲이 나왔습니다. 숲에는 나무들과 바위들이 많았습니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장해 보였습니다. 흙이 조금밖에 없었을 텐데, 그 흙에다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다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흙은 모든 생물들을 키우고 자라게 하는 힘이 있구나. 흙은 생명이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개천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조그만 실개천인데, 송사리들이 요리저리 왔다 갔다 했습니다.
“너희들, 겨울에는 답답했겠구나. 물이 꽁꽁 얼어 있어서 세상 구경도 못하고. 아니 몸이 얼었는지도 모르지.”
석호는 문득 하늘을 한번 쳐다봅니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오라는 엄마 말씀이 생각나서입니다. 해는 충천에 떠 있습니다. 해가 지려면 아직도 한참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때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났습니다.
“참, 우리 학교가 여기서 가깝지.”
석호는 학교로 뛰어갔습니다. 석호에게는 학교가 최고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토요일이라 수업도 없는데 누가 운동장에서 놀고 있나 궁금했습니다.
“저 아이들이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렸구만.”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일학년부터 육학년 학생까지 다 있었습니다.
석호는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창문이 열려 있어 닫으려고요. 그런데 교실에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석호는 조용히 교실을 나왔습니다.
운동장 한쪽에선 여자아이들이 공차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석호는 운동장을 나오다가 여자아이들 공 차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의외로 공을 잘 찼습니다.
“야, 우리하고 공차기 같이 하자.”
이때 한 남자아이가 여자들에게 다가옵니다.
“싫어, 정말로 시합하면 우리 여자애들이 지는데.”
한 여자아이가 거절을 합니다.
“우리가 너희들보다 두 명이나 적은데도 싫어?”
“그래도 싫어.”
다른 여자아이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때입니다. 남자아이 하나가 여자아이들 공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야, 공 줘. 뭐 하는 짓들이야.”
“용, 용. 약 오르지?”
여자아이 하나가 뒤쫓아 가다가 금방 포기하고 맙니다. 남자아이는 더 멀리 달아났습니다.
“나쁜 녀석들이네.”
석호는 남자 아이들이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들이 남자고, 또 힘이 조금 세다고 해서 여자아이들 공을 빼앗고 괴롭히다니, 이건 나쁜 일이 분명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석호는 자기 자신에게 다짐했습니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착하고 좋은 어린이가 되어야겠어. 특히 학교에서는 절대로 나쁜 짓 않을 거야.”
석호는 자기 자신에게 다짐했습니다.
석호는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습니다.
“엄마한테 말씀드리면 엄마도 많이많이 좋아하실 거야.”
“아이쿠, 내 새끼 다 컸네, 참 기특해라. 그럼 좋지.”
엄마가 활짝 웃으며 자신을 아기처럼 꼬옥 안아 주실 것 같았습니다.
석호는 집을 향해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