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4월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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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아는가?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숨이 끊긴다고 그 사람의 혼이 육신에서 나와 바로 휙 하고 천당 혹은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승과 이별하는 혼도 다음 생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지. 불교의 윤회를 얘기하는 것이냐고? 노. 불자도 아니고 교인도 못 되지만 적지 않게 살아왔던 인생 짬밥으로 그 정도는 알고 말고. 지구 생성 이래 동식물 할 것 없이 수많은 생명이 생사를 반복하잖소? 길가의 민들레도 때가 되면 씨 뿌리며,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동해안의 대구도 산란기가 되면 포자처럼 알을 내뿜고는 제 몸을 포기하지. 하물며 80억이 넘는 고등 동물 인간들도 2세 낳고 죽고, 전쟁으로도 왕창 죽고, 그냥도 죽고 하는데 그 많은 혼들이 다 어디로 간단 말인가? 착했으면 천당이고 악했으면 지옥? 말이 그렇지 그러한 곳도 아무리 시공간이 없는 사, 오차원에 있다 하더라도 불감당 아닐까.
게다가 금방 죽은 초짜 영혼은 비록 숨이 끊어졌다 하더라도 어찌할 바 모르며 황당해하기 마련이지. 그러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자신이 몸담았던 이승을 바라보며 산자들의 희로애락도 함께 느끼고 그러다, 어디선가 나타난 사자(使者)의 안내로 다음 세계로 진입한다고. 어떻게 아냐고? 그야 내가 겪었으니까.
이 이야기는 내 살과 피, 뼈와 혼의 속삭임이다. (황충상 「푸른 돌의 말」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낯선 남자에게 이끌려 종잡을 수 없는 이곳으로 온 시각을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꽤 오래 간 것 같기도 하고 꽁초 몇 모금 빤 시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에게 마지못해 끌려온 것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뒤를 따라왔다고 해야 옳았다.
묘한 매력을 지닌 그는 검은 중절모 때문인가 얼굴의 윤곽이 뚜렷하지 못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젊은 사람처럼 보이다가도 행동이 워낙 점잖아 노년의 신사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옷차림은 뭐랄까 연예인처럼 최신 패션의 양복 같으면서도 어찌 보면 단순한 생활 한복 같은 것을 아래위로 걸쳤는데 단추나 주머니 선도 보이지 않고 마치 밤새 눈 내린 들판처럼 눈부신 화이트칼라 복색이었다. 흰색으로 쪽 빼입었으면서 모자는 검은 중절모라 갱 영화에 나오는 보스처럼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얼굴 역시 갱 두목처럼 표정조차 알아채기 어려웠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분 좋아 보이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
언제까지나 이런 황량한 곳에 낯선 남자와 서 있을 수만은 없어 나는 용기를 내었다.
“아니, 여기가 어딥니까? 댁은 뭐 하는 사람인데 자는 사람을 깨워 이런 곳으로 오게 하는 겁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112라도 부르겠다는 투로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낯선 남자의 지극히 사무적인 답이었다.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선생님은 돌아가신 겁니다. 죽었다는 말이지요.”
아니, 이게 무슨 흥부 박 타다가 하품하는 소리란 말인가?
“네? 선생님이 돌아가신 거라니? 어느 선생님 말입니까?”
선생님이란 소리에 고등학교 때 담임이던 미술 선생을 떠올릴 정도로 나는 상황 파악이 안 되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담임을 떠올린 것도 우스웠으나 사연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십 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방과 후 미술반 키를 가지고 있던 나는 친구 두어 명과 몰래 담배를 피우다 그림을, 그것도 담임의 유화 한 점을 반 가까이 태워 먹은 일이 있었다. 별명이 유비였던 선생은 자기 반 애들이 저지른 일이라 벙어리 냉가슴이 되어 손바닥을 몽둥이로 내려치며 ‘이대로 액자 해서 몇 년이고 놔둘 터이니 사회에 나가 돈 벌면 그림값을 변상해야 한다. 알았느냐? 그때까지 나는 안 죽을 것이니 그리 알아라!’ 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림값 미불 상태에서 그만 돌아가셨다는 말인가?’
그때였다. 낯선 남자가 말했다.
“선생님은 한가히 농담하실 때가 아닙니다. 주위 좀 돌아보십시오. 저 분들처럼 죽었다 즉, 돌아가셨다 뭐 이런 말이지요. 이해가 되십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살구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즐기는데 당신이 깨운 것 아니오? 그리고 이런 처음 보는 곳으로 데려오고 말이오. 무례하게시리!”
무례라는 단어에 힘을 넣으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시각은 미명인가 광장의 연막탄이 가시듯, 희뿌연 안개 사이로 사람들의 무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서 있는 사람들은 제각각이었는데 땅을 보고 있거나 뒤돌아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위를 쳐다보거나 고개를 외로 꼬며 눈을 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낯선 남자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도 생각이 안 나십니까? 그렇다면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기억나게 해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낯선 남자와의 대화가 나에게만 해당되었던 것은 아니었던지 제각각 서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아니, 소리 없이 그를 따라 오르르 자리를 이동했다. 옮겨가니 뜻밖에도 영화에서나 보았을까 마치 로마 의회 정치할 때나 모임 직한 곳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서로 목례조차도 나눈 사이가 아니었고 낯선 남자가 앉으라는 말도 안 했건만 묵묵히 드문드문 거리를 유지한 채 계단을 의자 삼아 앉았다.
낯선 남자는 사람들의 앞을 가로질러 가운데쯤 가더니 약간의 팁을 준다는 의미처럼 살짝 미소를 보였다.
“에, 우선 여러분은 앞에 서 있는 제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하실 것입니다. 저는 삼백 년 전에 죽어서 이곳에 온 여러분의 선배입니다. 이곳에서는 이름이 굳이 필요 없습니다만, 우선 여러분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면 넥스트라이프 코치 ‘소케트’라고 알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넥스트라이프 코치는 알겠는데 소케트? 별 희한한 이름도 다 있군. 그럼 이 자리가 이승을 떠난 우리에게 저승을 안내하는 설명회란 모양인가? 그나저나 내가 죽다니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여러분들은 아까 말씀대로 지금까지 살던 세상에서는 수명을 다하여 숨을 더 이상 쉴 수가 없게 된 상태가 되어 오시게 된 것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려 죽었기 때문에 이곳에 오신 거지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이나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시는 분은 화면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마치 하늘에 대고 나치 장교가 경례하듯 팔을 들었다. 모두들 소케트의 손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어느새 마술사의 솜씨처럼 스크린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묵음으로 ‘오!’ 하였다.
스크린에는 바로 화면이 떴는데 영화가 아니라 나의 생애가 압축되어 유튜브의 숏츠처럼 상영되다가 불과 삼일 전에 있었던 교통사고로 죽는 것으로 끝이 났다. 교통사고사라니 참 복도 지지리 없었구먼 하며 자신의 죽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서야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지질한 내 과거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앉아서 보았단 말인가. 이런 망할!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살피니 모두들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거나 심지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흐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넥스트라이프 코치라는 소케트가 다시 나타났다. 그는 다시 중앙에 서더니 한번 둘러본 후 이렇게 말했다.
“잘들 보셨습니까? 여러분들은 바로 그렇게 전생과 이별하신 망자인 것이지요. 다들 갑작스러워 예상치 못하신 분들이 많으셨죠? 그러나 이제는 죽었다, 죽은 내가 틀림없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는 천천히 일어들 나셔서 저 앞에 보이는 건물로 가십시오. 그리고 다시 제 지시에 따르시면 됩니다.”
우리들은 소케트의 안내에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곳은 다시 안개 서린 황량한 들판이었는데 뜻밖에도 또 다른 죽은 자들의 무리들이 있었고, 대궐 같은 모습의 건물이 스르르 솟은 듯 저만치 보였다.
소케트의 멘트가 이어졌다.
“자, 그럼 이리들 모이셔서 한 줄로 서서 저 문으로 한 명씩 들어가시면 됩니다.
지금은 추우시겠지만 저 문을 통과하시면 여러분의 가족들이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과 아늑한 잠자리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유념하실 것은 저 문으로 일단 들어간 분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다시 이곳으로 나오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시겠지요. 자, 그럼 모두 줄을 서십시오.”
나와 죽은 자들은 죽음을 인정하였기에 누구 하나 이의를 달기는커녕 군소리 없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안개는 더욱 짙고 두터워져 농무로 변해 갔다. 망자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줄은 한없이 이어졌다. 춥고 배고픈데 모두들 이러다 오늘 내로 들어갈 수 있으려나 걱정이었다. 한없이 이어지는 줄. 지루했다. 그때였다. 정연한 질서를 깨고 맨 뒤쪽에 서던 한 떼의 망자들이 줄에서 이탈해 앞으로 가더니 새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미 줄 선 사람들이 이렇게 엄연한데 새치기하다니 무슨 짓이오?”
그만큼 뒤로 처지는 나와 죽은 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목청을 높이며 항의했다.
“어허, 이 사람들이 뭘 모르는구먼. 망자라고 모두 다 같은 망자인 줄 아나?”
새치기하는 그들은 자못 으스대며 위세까지 당당한 것이었다. 새치기당한 우리들은 화가 나서 ‘춥고 배고픈데 이게 뭐야. 넥스트라이프 코치 어디 갔어? 소케트 불러와!’ 하고 떠들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어디선가 소케트가 나타나자 어서 바로잡아 달라고, 저 새치기꾼들을 뒤로 가서 다시 서도록 계도하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소케트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 네. 저것은 새치기가 아니고 이곳 규칙에 맞는 행동입니다. 앞에 설 권리가 있다는 말이지요. 에, 여러분들은 거의가 객사 고독사지만 저분들은 모두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자택사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즉, 망자라고 다 같은 망자가 아니라는 것이죠. 네.”
수많은 고독사, 객사들은 소수에게 밀리고 말았다.
이윽고 대궐과 같은 문 앞이었다. 이승에서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범눈을 한 염라국 도깨비 보초가 시뻘건 창을 들고 서 있었는데, 지금은 멋진 제복의 상조회사 직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예의 바른 전송을 받으며 통과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는 파릇파릇한 로션 내음까지 흘렀다. 아듀! 선남선녀들이여. 이승에서는 신세졌던 이가 수 없을 터이건만 지금은 전송하는 이들만이 고마울 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히터를 튼 것처럼 얼었던 몸이 금세 녹으며 커다란 식당이 나왔다. 식탁 위에는 뜨끈한 육개장과 송편, 인절미에 강정이며 반찬에도 신경 쓴 듯 불고기, 코다리조림에 내가 좋아하는 두부구이며 나물, 오이김치 등 한 상 가득 성찬이 놓여 있었다. 술도 있어 소맥하기에도 좋았다. 우리들은 소태 씹은 얼굴의 여덟 시 이십 분 눈썹을 풀며 미소를 지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소케트가 앞에 섰다.
최후의 선심이라는 듯 그는 “자, 이 성찬은 여러분의 가족이 성심성의껏 마련한 것입니다. 모쪼록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시고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족이 보고 싶으신 분은 잠깐씩 다녀오셔도 좋습니다. 가끔 복귀에 늦는 분이 계시는데 그러면 저도 귀찮아지고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저승으로 가는 데 불이익이 많으므로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장례식장의 위치는 여러분의 몸이 아직 그곳에 있기에 찾기에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쉬실 분은 그냥 계셔도 좋습니다. 그럼 다녀들 오십시오. 아직 갈 길이 먼 관계로 자, 행동을 빨리빨리.”라고 당부했다.
나는 가보고 싶어졌다. 휙.
문상객이 떠난 보훈병원 장례식장 307호, 그곳은 고즈넉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이틀간의 상주 노릇에 지쳤는지 나의 아들 형제가 눈꺼풀을 껌벅이며 유품 처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어서 오시유.” 하며 향불만이 혼으로 변한 나를 아는 듯 S자로 향연(香煙)을 한 번 올려주었다. 다행이라면 유품에 대해서는 생전의 식사 자리에서 형제를 불러 미주알고주알 무람없이 남겨 줄 재산이 없어 미안타, 그렇다고 남에게 빚진 것도 없으니 이것으로 퉁 쳐 달라는 아비의 하소연이 통했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애도하기 위해 와준 문상객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았다. 장례식장이 차려지는 시점, 그러니까 소케트와 조우하기 전, 나의 혼이 이곳 천정 위에서 다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휙 하고 지하에 있는 영안실로 가 보았다. 스테인레스로 된 캡슐텔 속에는 이미 영혼들이 빠져나가 볼일 없게 된 몸들이 박제처럼 누워 있었다. 나의 몸이었던 사체는 교통사였기에 사지가 멀쩡하지 않아 붕대로 칭칭 감긴 채 매미의 고치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육십칠 년이나 생사고락으로 함께했던 혼이 나간 육체에 나는 무심했다. 슬프지 않았다. 이젠 내 것이 아니니까.
다른 망자들은 어찌하고 있나 하고 다른 식장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나는 늦지 말라는 소케트의 당부가 생각나 마지막으로 자식들을 껴안아 보았으나, 가려웠나? 그들은 허리만 긁었을 뿐이었다. 영정 사진에도 일별했다. 앗! 액자 속의 인물이 바뀌어 있었다. 내 사진은 어디 가고 껄껄하며 웃는 오래전 죽은 아버지! 아버지의 웃음과 눈빛이 액자 속에 있었다. 언제던가 그 웃음과 눈빛은 나와 함께 요양원으로 들어갈 때,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의 아버지 것이었다.
보훈병원 입구에 있던 정원석이 떠나가는 내게 아듀하며 아버지의 얼굴로 변해 갔다. 그러곤 돌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껄껄. 너도 어디 한번 당해 보아라. 껄껄.”
돌아오니 소케트는 무언가 설명 중이었는데, 외출을 안 한 망자들은 그새 얼굴들을 익혔는지 두런두런거렸다.
“기차 타고 가나벼.”
“허, 세상 좋아졌네. 옛날에는 무슨 강인지 바다인지 배 없으면 헤엄쳐서 건너간다 했는디.”
“강바닥에 철길이 있는 것 아까 봤어?”
“그러게, 수심이 깊지 않은지 철길이 깔려 있더군.”
“암튼 오래 살고 볼일이여. 암!”
돌아온 내가 자리를 하자 소케트는 이어 설명했다.
“자아, 이제부터 여러분은 본격적으로 저승으로 향하시게 되는데요. 우선 기차로 환승역이라는 곳까지 가십니다. 여러분의 승차가 완료되면 제 임무는 여기선 일단 끝납니다. 그럼 모두들 안녕히 가십시오.”
“환승역? 안내해 주는 김에 환승역까지 함께 가주시죠.”
어느 망자가 말했다.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기차는 모두 자동으로 운행되므로 환승역 도착과 안내에 문제없습니다. 그곳엔 역사 건물 하나뿐이니 모두 하차하여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역사의 업무는 뭐랄까 여러분 전생의 은행과 비슷한데 가보시면 압니다. 아! 기차가 오고 있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소네트는 손을 들었다. 누가 또 나서며 재차 동행을 간청했다.
“저는 이제부터 오지 않는 망자들을 찾으러 가야 합니다.”
“그리 점잖고 깍듯해서 어디 탈영병들이 따라나서겠수?”
누가 배틀하게 말을 받았다.
“그리 말씀하신다면….”
소케트는 저승사자 귀신? 맞았다. 그의 머리가 360도 빙글 돌아갔다. 소케트의 얼굴이 합선된 듯 불꽃이 튀며 악! 진초록 물감 섞인 시퍼렇고 벌건 눈동자의 저승사자로 변했다.
우리 죽은 자들은 일시에 발톱에 찍힌 늑대 앞의 토끼가 되어 혼이 또 한 번 나가야 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밤바다인지 강인지가 펼쳐졌나 싶더니 그 옛적 경부선 통일호 닮은 연통 달린 검은 기차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
기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죽은 자들은 소케트를 외면한 채, 조신조신 계단을 올랐다. 승차를 마치자 무인 기차는 문을 닫고 철갑선인 양 서슴없이 강으로 돌진했다. 물결이 창문까지 튀어 오르지 않는 거로 보아 정말 바닥은 얕은 모양이었다.
속도는 완행열차였지만 뽀∼옥! 기적까지 울리며 달려갔다. 기적 소리는 강물에 젖은 은물결 위로 퍼지면서 아버지의 껄껄 웃음소리로 마무리하며 사라져 갔다. 저승사자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망자들은 조선시대 가마 속 새색시가 되어 누구 하나 떠드는 법 없이 침묵의 승차감으로 일관했다.
기차는 새벽녘 윤슬이 반짝거릴 때까지 달렸다. 이대로 천국으로 직행하면 좋을 것 같았으나 이윽고 철마는 도착했다. 환승역이었다.
환승역. 처음엔 칠흑 속의 어둠에 가려져 있었으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환한 사무실이 커다란 은행 본점처럼 있었다. 이곳에서는 죽은 자들의 전생을 심사하는 넥스트라이프 코치들이 소케트와 같은 복장으로 역시 은행 직원들처럼 책상을 두고 앉아 있었다. 대기자가 많아 번호표 뽑는 기기까지 놓여 있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다.
이승의 주민번호로 검색을 해 보던 코치가 입을 열었다.
“아 점수가 나왔습니다. 2420점이네요. 80점이 모자라니〔고등〕 은불가입니다. 아 명색만 문인인 삼류 작가셨군요. 아 허허. 짝퉁 문인이라. 아 죄송! 실례했습니다. 정해두신 환생 동물이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가능한 한 맞춰 드릴 테니까요. 아 딱히 생각이 안 나신다면〔자동선택〕으로 해 드릴까요?”
“자동으로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 인간으로의 환생을 원하시면 평탄할 확률이 높은 중산층 애기로 나가는 것이고요. 아 동물이면 부유층 포메라니안 상왕견(犬)으로는 어떻습니까?”
이승에서 곧잘 시고르자브종을 탕으로 즐기던 나는 깜짝 놀랐다.
“저기요 ‘아 선생님!’ 제가 전생에서 IMF로 회사 망하고 아르바이트만 이십 년 했거든요. 무슨 일이든지 맡겨만 주시면 아주 잘하는데 혹시 이곳 환승역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없을까요? ‘아 선생님!’”
졸지에 ‘아 선생’이란 호칭을 들은 담당은 기가 막혔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말본새가 대뜸 하시오로 변했다.
“아, 요즘 거기서의 상왕견들은 일류 호텔 식당 테이블에 앉아 주인과 똑같이 겸상하고 잠자리도 고급 침대라던데… 그것 참! 그리고 내가 여기서의 근무가 백팔십 년이지만 환승역 아르바이트 자리 달라는 댁 같은 망자는 처음이오. 아 여기 그런 법은 없으니 빨리 다음 생에 무엇으로 태어날 것인가를 정하든 아니면〔자동선택〕으로 하시오. 아 뒤에 늘어선 다른 망자들이 보이지 않소?”
그때 눈에 띄었다. ‘아 선생’의 유니폼 가슴께에 달린 옛 기차표 크기만 한 명찰. 지독한 근시였던 내가 안경 없이도 작은 글씨가 잘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지만 분명히 이름이 보였다. 그리고 은근히 배인 듯한 묵향의 기품 김. 병. 연.
내 혼의 촉은 이때다 싶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 선생님! 아니 그 유명한 김립, 김삿갓의 김병연 선생님 아니십니까?”
“아 아니! 갑자기 무슨 말을! 어떻게 알았소! 아, 이거 참, 여기서 사적으로 이러면 안 되는데.”
“제가 전생에서 선생님을 무척 존경했습니다. 그리고 이승에서는 이문열이란 소설가가 선생님의 전기 『시인』을 써서 수십만 권이나 국민들이 읽었지요. 금강산 유람하며 십이 수 읊으신 거며 ‘머리터럭 자라면서 명운조차 기구해짐이여 가문은 결딴나고 뽕밭은 푸른 바다가 되었네’ 아닙니까? 김! 병! 연! 선생님!”
“아 참, 망자들이 자꾸 밀리는데… 이러면 곤란한데. 정말 내 얘기를 쓴 소설이 수십만 권이나 팔려 백성들이 읽었다는 말이오? 난 그저 이문열 작가가 돈 벌고자 쓴 거라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선생님의 기구한 인생에서 이문열 작가 본인도 동병상련이었다 합니다. 그래서 꼭 집필 전엔 선생님을 그리며 목욕재계한 후, 부인 필순 씨의 솜씨를 빌려 한 땀 한 땀 수놓듯 하였다고 제가 직접 들었다니까요. 선생님이 돌아가신다는 대목에서는 제가 목 놓아 울 뻔하였습죠.”
“아 정말 내가 죽는 대목에선 울 뻔했다고? 자네 지금 날 놀리는 겐가?”
“아닙니다. 가평 재궁막 아래 사실 때 막내딸을 좋아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허어, 그것까정 알고 썼등가? 음. 아 할 수 없군. 내 역장님께 얘기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볼 터이니 아 그만 가보시오. 저쪽에 가면 미결 망자가 모이는 곳이 있을 것이오.”
하마터면 좋아했던 견으로 태어날 뻔했던 나는 미결이 모여 있는 곳으로 휙 갔다.
미결들이 모인 곳엔 먼저 온 죽은 자들이 있었다.
그동안 나의 동행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벌 쏘이고 고슴도치 바늘 세례 받은 듯한 홀로그램 화상들이었는데, 이곳의 화상들은 대체적으로 얼굴색들이 나쁘지 않았다. 번지르르한… 모두들 뺀질이 망자들인가? 아니었다. 하나같이 편안한 안색들을 갖추고 있었다. 왜 그럴까?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들은 다른 망자들처럼 객사나 고독사가 아니고 가족의 전송을 받으며 떠난 자택사 출신이거나 장기 기증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이승에선 어떠했네, 저승은 어떨까 하며 얘기들 하다 내가 나타나자,
“어디서 온 누구요?” 하였다.
하마터면 견으로 태어날 뻔한 나는 담당에게 이문열 작가의 「시인」을 핑계로 없는 간도 빼 줄 뻔한 토끼였다는 사연은 빼고 대답했다.
“어흠, 나는 서울 토박이로 그 유명한 「화부정」을 쓴 소설가 한술상이라 합니다만.”
“소설가 한술상? 소설 「화부정」? 처음 들어보는데? 자넨 들은 적 있는가?”
“아니, 전혀 처음 들어보는 걸? 이름에서 술 냄새가 나긴 하는군.” 그러자 또 다른 망자가 말했다.
“에구, 이 화상들아, 머리 좀 굴려 봐. 이 친구는 지금 막 왔으니 이승 나이로 이천 년 하고도 이십 년쯤일 터이고, 자네들은 환승역 도착한 지도 한참 되었잖어. 연대가 틀릴껴.”
나는 그럼 그렇지 하며 “허허, 모르셔도 좋습니다. 아무튼 제가 잘나간다는 베스트셀러 작가 아니었겠습니까?” 없는 가슴이 뜨끔했다. 뻥을 남발한 탓이었다.
이승과는 달리 홀로그램의 세계인 이곳 환승역은 전생에서의 도시 시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청(死廳)이라고도 지칭했다. 죽음과의 종류도 병사과, 정사과, 전사과 정도로 단순했다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독사과, 웰다잉과, 존엄사과, 쇼크사과, 교통사고사과 등 과의 증가로 골치 아프다고 넥스트라이프 코치들이 환승역장인 청장에게 하소연한다는 것이었다.
환승역으로 도착하는 기차마다 죽은 자들로 만원을 이루는 무렵, 알바 자리가 나왔다. 그것은 담당 김병언 선생의 청탁이 먹힌 탓도 있겠지만, 전생의 극심한 사회 불안정과 경제 몰락으로 이승을 하직하는 망자들이 많아진 탓이었다.
나의 알바 자리는 환승역으로 들어서는 죽은 자들을 위한 안내 도우미였다. 도우미의 역할은 환승역에 들어선 황망한 그들에게 죽게 된 사연을 묻고 신청서를 작성케 하고 번호표를 뽑아 넥스트라이프 코치들에게 보내는 일이었다. 그 외에도 망자들이 흔히 보이는 불안감이나 우울증에서 나오는 히스테리를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는 일은 덤이었다. 그리고 사고사로 모습이 너무 흉측해졌다거나 신체의 일부가 손상 내지 분실한 경우에는 다소나마 멀쩡한 몸으로 보일 수 있도록 환승역사에 있는 외과병원으로 안내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니 몹시 바빴다. 망자들은 동해바다 십이월 대구알 풀리듯 끊임없이 방출되었고, 영혼들은 코치의 상담을 거쳐 넥스트라이프로 곧잘 가재, 붕어, 개구리로 방출되곤 하였는데, 왜 가붕개로 많이들 나가는 것일까? 이승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하는 가붕개 유행이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잔뜩 겁먹은 눈빛의 젊은 망자가 쭈삣거리며 왔다.
“기차 타고 오셨지요?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학생 티를 벗지 못했을까, 나는 A4용지와 볼펜을 건네며 말했다.
“이 종이에 간단하게 작성해 주실까요?”
“네? 제가 죽은 것 같은데도 이런 걸 써야 하나요?”
“그냥 망자 생전의 이름과 주민번호나 핸드폰 번호,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만 써 주시면 됩니다.”
긴 머릿결의 망자는 “아, 네.” 하며 써 나갔다. 이름 이삼포. 잠시 후, 한숨과 함께 자살이라고 기입했다.
“자살하신 삼포 양은 약물을 사용하셨나요?” 하려는데, 그녀에게 커터칼로 그은 듯 선명한 피가 묻은 손목 자국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삼포 양. 전생에서 사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 번호표 받으시고, 저쪽 극락조 나무 화분이 보이시죠? 거기서 왼쪽으로 보시면 자살과가 있습니다. 그리로 가시면 됩니다.”
삼포 양이 떠났다. 다음 망자는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였다.
“선상님, 죄송하지만 저는 나비로 태어나게 해 주시면 좋겠는디유?”
“할머니, 그건 여기서 정할 수 없고요. 저는 안내만 해 드리는….”
“그라지 말고 꼭 좀 나비로 부탁드리것습니다. 우리 영감두 나비루 환생하셨는디. 제발이유.”
“네네. 우선 여기 앉으시고, 이 종이에다 이름하고 주민번호랑 전화번호를 써 주시면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고맙구먼유. 근디 글씨 써 본 지가 오래 되가꼬 잘 써질랑가 모르것네유.”
“그러시다면 대신 써 드리겠습니다. 성함이?”
“그라니께 성함은 차분희. 주민등록번호는 모르가꼬. 무진생 닭띠유. 전화두 번호를 까먹었는디 우째야 쓸랑가?”
“태어나신 해를 모르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글씨요. 인민군덜이 내려와서 사람 수태 죽고 그 이듬해 쌈이 끝났는디….”
나는 1952년생으로 기입하고 생일은 생략했다.
“나비두 종류가 많컷쥬? 기중 호랑나비루 해 주신다믄 소원이 없껀는디. 선상님이 나비루 환생시켜 주실 때까정 지는 여기서 꿈쩍않코 있것시유.”
“여기서는 일단 접수만 하고 판정은 다른 데서….”
“아니, 그라믄 또 딴 디루 가란 말씀이유? 기차 탈 적에 젊므신 저승사자 말씀으론 여그서 다 알아가꼬 환생시켜 준다든디.”
나는 직접 담당자 자리까지 함께 가 주기로 했다. 같은 안내 업무를 보고 있는 뺀질이 알바에게 양해를 구하고,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저와 같이 가 보실까요?” 하며 할머니 망자보다 두어 걸음 앞서며 홀로그램이긴 하나 전생의 사람들처럼 걷기 시작했다.
“분희 할머니께선 할아버지가 나비로 환생하셨다는 걸 어찌 아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니, 저승에 계신 분이 그것도 모르능가유. 다 아는 수가 있지유.”
극락조 나무 화분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는 아까 삼포 양을 보낸 자살과였고, 노쇠과는 오른쪽에 있었다.
나는 담당에게 차분희 할머니의 신청서를 내밀며 망자가 곤충인 호랑나비 환생을 희망한다고 하였다.
담당은 전생 점수 계산을 마친 후 물었다.
“이 정도 점수라면 좋은 데로 가실 수도 있는데 하필 곤충을 원하시나요?”
“다른 좋은 곳도 다 필요 없고 호랑나비로 부탁한다니께유.”
“차분희 씨, 해드릴 수는 있지만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그리고 곤충 환생은 알에서 시작, 애벌레, 번데기… 좀 복잡하고 고생을 좀 하시거든요.”
“괜찮아유. 실은 우리 영감하고 뜰에 있는 꽃밭을 가꾸었는디 생전에 죽으면 나비루 태어나서 꽃밭에서 만나기로 했거덩유. 호랑나비로 태어나야 서루 알아보기 쉽다고 하면서유. 부탁 좀 해유.”
‘호랑나비 판정을 축하해유.’ 하며 할머니와 이별하고 자리에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망자가 오포 군이었다.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데 씩씩거리며 “여기 민원과는 없어요? 쌍!” 하며 성질을 냈다.
“왜 그러십니까?”
흥분한 홀로그램은 우선 진정시켜야 했다. 자해라도 한다면 실제로 피가 튀거나 재차 죽지는 않지만 다른 망자들의 찌푸린 눈살을 사기 마련이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안심하시고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하시지요?”
“안심이고 등심이고 이럴 수가 있습니까? 공정하고 평등, 정의롭다더니 자기들만의 잔치 아닙니까?”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 찬스 타고난 청춘에게는 당할 수가 없더라. 성적이고 표창장이고 위조가 다반사요, 장학금도 싹쓸이하는 통에 가붕개보다 나은 진화는 절대 불가능이더라.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의 준말)를 전전하며 공부했던 오포 군의 비애 젖은 짧은 생애를 들으며, 장가도 가고팠으나 여친 이삼포도 자살했다는 대목에선 기절할 뻔하였다.
그때였다. ‘너는 포기하지 마. 한술상!’ 누가 찌르는 듯 속삭이는 흉성(胸聲)이 들렸다. 환청인가?
지구 시간으로 며칠이 흘렀다.
죽은 자들이 있었던 곳으로 비유하자면 종달새 우짖고 하늘은 청명한데 오곡백과 익고 들판엔 아지랑이 살랑살랑, 국화와 코스모스가 만발한 가운데 환승역사 광장에서 결혼식이 행해졌다.
하객으로는 환생 대기표를 받은 많은 영혼들이 모였다. 소케트도 시간을 내었다.
입성 그대로인 하얀 유니폼의 삿갓 김병언 선생이 사회를 보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마이크 없이도 모두에게 잘 들렸다.
“에- 아, 지금부터 신랑 오포 군과 신부 이삼포 양의 영혼결혼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아, 보다시피 신랑 신부가 젊은 나이에 죽어서 온 만큼 여러분들의 진심 어린 축하를 부탁드립니다.
아 그럼, 주례를 맡으실 역장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신랑 신부 앞에 선 환승역장이 미소를 감추며 근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오늘의 이 결혼으로 두 영혼의 소원과 전생의 양가 부모님들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잠시 후면 양가 부모님이 만족해하는 것을 여러분들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부지런히 전생을 오고 간 소케트 직원의 노고도 있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에,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영혼결혼이란 뭐냐 잠깐 말씀드리자면….”
결혼식이 역장의 성혼선언문 낭독으로 끝나가고 있을 때였다. 기차에 함께 탔던 동기들이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알바하면서 이렇게 좋은 일도 하시네 그려. 사청(死廳)에 소문이 자자하더군.”
“아 글게 말이여. 무신 글 쓰는 사람이었다 하더만 여기서도 좋은 자리에 있나벼.”
그러는 와중에 어느 망자가 정색을 하고는 묻는다.
“알바 선생! 저 젊은 신랑 신부 말입니다. 살아온 점수가 별로라고 하던데 그래도 가붕개 대신 어떻게 선처가 안 될까요?”
“아, 그거요? 역장님이 그렇잖아도 결혼선물로 주신다더군요.”
“네? 무슨 선물을 주신다는 말씀이신지?”
“부모 찬스가 아주 쎈 데라고 하더군요. 담생엔.”
전생에서 배회 중인 영(靈)을 추포하러 나온 소케트가 광화문 거리를 휙 하고 지날 때였다.
D일보사 전광판에서 화려한 뉴스 자막이 흘렀다.
‘불임으로 애 태우던 대통령 부인 김건이 여사. 이란성 쌍둥이 순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