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4월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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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방을 밟으면, 복이 날아 간다’ 하신
내 어릴 적 혼내시던 할머니가 떠오르다
선견자 눈빛이구나
신앙처럼 믿음 주신
삶과 죽음, 행과 불행이 모두 공존하는 곳
방에 있던 목관을 밖으로 내보낼 때
관으로 눌린 바가지
툭-두뚝 깨뜨리고
지금껏 이승의 인연 모두 끊어 버리고
영혼이 그곳을 넘어 저승으로 가야 하는
죽음이 머물었던 집
인연을 끊는 의식이
문지방은 속세와 정토의 경계지점
소통의 문이라는 안과 밖 내외부와 공간
또 다른 세계로 나갈
마련된 통로라는
아무도 알지 못할 새 생명의 활기로
그 말씀 살아나서 혓뿌리 굳어버린 여인
꿈쩍도 않는 문지방
가슴 두들겨 보다
성당 첨탑 걸린 종이 새벽 6시를 칠 때
공허하고 평화로운 고요 속 점점 죽어 가듯
죽음이 두려움 아닌
그냥,
소멸의 순리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