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나에게 봄은 희망이었어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정윤(울산)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4월 674호

조회수19

좋아요0

빛바랜 가을과 겨울 사이
결구(結球)하지 못해 버려진
몇 개의 떡잎과 속살을
파르르 떨며
하루치 무사함으로 버티는 나를
사람들은 봄동이라 불렀지

서둘러 남쪽으로 떠난 빛바랜 가을
성긴 눈발을 흩날리며 찾아온
얼어버린 노지(露地)

삭풍은 시든 떡잎을 허적이고
삶이 허무하다며 흐느끼는
머리 잘린 뿌리들을 바라보며

버려진 나의 운명이
슬픈 것만은 아니라 생각했었지

내 삶 절반인 겨울
눈 오는 겨울밤은 잔인한 밤이었어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
가위눌린 것처럼 온몸이 마비되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듯한 공포

혼자라는 것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어
어둠의 공포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으로 다가올 봄을 생각했었지

봄은 겨우내 닫힌 화구를
활짝 열고
나를 구속하는 모든 고통의 사슬들을 
녹여 주리라는
믿음 하나로 참고 버텨 온 나에게 
봄은 희망이었어.
 

광고의 제목 광고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