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4월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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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타서 소금에 절여져
빨랫줄에 꼬박 삼사일 반건조 민어
찜은 언제나 맛있었다
벽에 내건 양은솥에서 할아버지가 절구에 찍은 마늘과 할머니의 손질된 민어가 쪄지느라
매운 마늘 눈물을 흘릴 때쯤이면
말없는 할아버지는 상을 놓고 행주질을 하고
사람 수대로 수저 몇벌을 놓고 한마디를 툭 던진다
술잔은 몇 개
하고 웃는 얼굴이 순하다
할머니는 미리 다듬어 놓은 식재료들
멸치, 데친 콩나물, 오이, 무우생치, 두부, 김장김치 모두 우리 땅의 것
순대로 손에 닿으면 무침이 되고
상 위에 오르면 하얗게 내린 참깨가 바다 위 윤슬처럼
촘촘하다
상 위에서 양은 술잔에 탁주가 오고가고 나면
소반 같은 접시에 떡 벌어져 나오는 민어찜
상 아래로 양반다리가 뽀짝 모여들고
왕방울 눈들이 카메라 셔터를 몇 차례 눌러지고
여기저기 감탄사가 폭죽같이 터지고 나면 부엌에만 있던 할머니 고개 들고 굽은 허리 펴고 나와
빙그레 웃는다
울타리 밖에는 할머니를 따라 나온 달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