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4월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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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하나 없이 울산 길을 나서니
어둠 속 길목마다 아버지가 떠오른다
우리 4남매의 이정표였던 그분
어둠 속에서조차 길을 읽던 눈빛이
희미한 별처럼 마음을 흔든다
지도 한 장 없이 앞서 걸으셨던 아버지
그 발자국마다 남겨진 숨결이
지금도 넘어지려는 우리를 일으킨다
손끝에 맺힌 땀방울은 이정표가 되고
세월 속에 잊힌 길은
아버지의 걸음으로 환히 밝혀진다
보이지 않아도 우리 가슴속엔
아버지란 이름의 등대가 켜져 있다
길을 잃어도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빛이 되어
흐릿한 발자국을 따뜻하게 감싸주신다
오늘도 아버지의 숨결을 따라
낯선 길 위에 선다
그분이 남긴 은빛 이정표를 밟으며
우리는 잃어버린 고향 같은 품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