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4월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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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와 운명은
이미 숙명적으로 정해진 길
비슷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팔자는 「무녀도」*가 연상되는
샤머니즘적인 토속 냄새가 나고
운명이란 진보된 이성적 언어로
비극적인 「햄릿」* 냄새가 난다
팔자는 동양적인 언어로
카멜레온의 변신이 들어 있고
운명은 서구적인 언어로
부동의 각인이 박히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팔자 교향곡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
인생에서 예고 없이 다가오는 불행을
어찌 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팔자니 운명이니
자위하며 긍정하며 살아간다.
무녀도: 김동리의 단편소설.
햄릿: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백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