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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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을 누르는 노을이 기운다
햇살이 쏟아져도 머물기만 하더냐
갈피를 못 잡는 마음 응석 한 번 부려볼까
고독이 무너지니 찬 이슬이 구른다
지독하게 더운 날 물 한 잔을 청해 봐도
여백을 찾아야 했었다 빼곡히도 쌓여 있다
시간은 바람을 이겨내며 가고 있다
무거운 상처는 꽃이 되어 피었으면
저무는 해 그늘 아래 또 하루를 밀어낸다.
경진희 시조집 『꽃잎에 물소리를 담다』에는 107편의 시조가 실려 있다. 시인의 말처럼 달과 별을 그리고, 꽃 한 송이에 마음을 주고, 바람과 흔들리는 나뭇잎에도 시간을 꺼내주고, 물소리와의 기막힌 인연도 생각하면서 쓴 작품들이다. 때문에 그의 시조집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교감하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독자의 공감을 자아내는 작품이 많아 일독을 권한다.
김민정(시조시인·수필가·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