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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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삼십여 년이/ 저리 붉은단풍으로 찾아왔다/ 반갑고 당황스러운 맘이/ 오래된 첫사랑을 만난 듯/ 오십의 늙은 모습이 수줍어서/ 쉬이 다가서지 못하고
붉디붉은 잎들이 쌓여서/ 스님과 도반들의 반야심경 외는 소리를 낸다/ 삼백육십오일 조석으로 외던 불경/ 이제 동화사 가는 가로수의 잎이 되어서/ 밟고 가는 사람들의 발마다/ 불심으로 붉게 하는데
세월 때문에 이방인처럼 유리하는 것인지/ 마음자리 다시 살피는 오늘/ 향긋한 절 내음 나는 차도 한 잔 못 마시고/ 첫사랑도 부처님 말씀도/ 선명하게 붉은 단풍만큼 낯설기만 하다.
신비의 시집 『낮달 품은 동해』에서는 사물 속에 동화되는 시인을 만난다. 국화꽃 앞에서는 자신도 한 송이 작은 국화꽃이 되고, 바닷가 카페에서는 “바다처럼 달뜬 감정들이/사각의 공간을 가득 채우며/어느덧 커피향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동화되는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잘 표현된 시집이라 독자도 쉽게 시집 속으로 빨려들 것이다.
김민정(시조시인·수필가·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