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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1)

한국문인협회 로고 정현수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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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미래-

어떤 마을에 언니가 일곱인 딸부자 집에 여덟 번째 또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얼굴빛이 샛노래진 부모는 태어난 아이를 보듬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휴, 무슨 일이야? 왜 우리에겐 사내아이를 점지해 주지 않는단 말이야?”

아이의 부모는 고개를 가로로 세게 흔들면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아이가 태어난 데 대한 심기 사나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마을에선 꼭 거쳐야 하는 일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게 마을의 법이었다.

여자아이의 부모는 마을의 대표를 모시고 점술가를 찾았다.

“이번에 태어난 아이에겐 어떤 일이 일어나겠소?”

이 마을에선 아직 같은 점괘를 타고 난 아이는 한 명도 없다. 같은 점괘를 타고 나면 일찍 태어난 아이는 이 마을에 살 수 없는 오래된 관습이었다. 그래서 마을에 아이가 한 명 태어날 때마다 온 마을은 숨죽이고 긴장하였다.

점술가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가끔 같은 점괘를 갖고 태어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이 아이는 정말 이상한 일이다.

‘아무것도 없다!’

텅 비었다. 카드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다니, 점술가는 당황하였다.

‘이게 무슨 뜻이지?’

“무엇이라 되어 있소?”

점술가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부모는 이상하게 전신이 떨렸다. 일곱 번째까지 너무나 많은 소망과 희망을 얻어왔기 때문에 부모는 태어난 아이에게 따로 바라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부모 마음은 태어난 여덟 번째 아이가 좋은 운명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니야, 평범한 게 제일 좋은 거야.’

여전히 점술가는 부모와 마을 대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입술을 꼭 다문다. 텅 빈 카드가 나타내는 것은 아이의 미래가 절망적이라는 뜻이다.

“여기….”

텅 빈 카드를 점술가가 손을 떨면서 내밀었다. 여전히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미래, 부모는 깜짝 놀라 가슴이 답답하며 벌렁거림을 멈출 수 없었다. 미래를 모른다는 건 불행이다. 어쩌면 아이는 안개 속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태어난 여자아이의 얼굴은 일곱 언니랑 전혀 달랐다.

볼은 빨갛고, 눈썹을 새까매 결코 사랑스럽지 못한 모습이었다. 깨알 같은 점들이 콕콕 박혀 있는 얼굴 전체에 뾰족한 콧날은 날카롭게 보였지만, 다만 반듯한 이마는 지혜로워 보였다.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올 듯한 도톰한 입술은 눈길을 끌었다.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점술가는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점괘에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름은 지어야 했다.

“안녕!”

부모의 입에서 아이의 이름이 저절로 불렸다. 이름으로 아이는 부모 곁을 떠나야 할 운명이었다.

그렇지만 자라면서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너무나 좋았다. 더구나 얼굴에 박힌 까뭇까뭇 점들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그 별을 닮았다고 도톰함 입술로 이름을 담고 담았다.

“안녕, 안녕! 내 이름은 안녕이야!”

이름을 입에 달고 사는 안녕을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만나지길 꺼렸다.

“내 운명은 아직 알 수 없대요. 운명은 타고난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라는 거래요!”

태어나면 미래를 점쳐 그 점괘대로 인생을 산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말했다.

“쟤는 틀렸어. 앞일을 모른다는 건 악령이 들었다는 거지. 불행이야!”

악령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안녕이 되레 무서워 피하기도 했다.

일곱 언니는 미래를 기다리며 곁길로 빠지지 않으려 애쓰는 대신 미래가 없는 안녕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의 운명이 망칠까 봐 막내 여동생을 멀리하며 가까이 하지 않으려 했다.

해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 안녕은 예쁜 소녀로 자랐다. 잘 다듬어진 얼굴에 빨간 볼을 가진 소녀를 쳐다보며 마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하였다.

“쯧쯧!”

어느새 안녕은 마음도 훌쩍 자라 자기에게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괘를 원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의 미래는 자신 마음대로 꿈꾸고 바꿔야 한다고 차츰 깨달았다.

‘텅 빈 내 운명에 하고 싶고, 만들고 싶은 모든 것을 다 채워 넣을 거야.’

미래를 내보이는 비어 있는 하얀 카드에 안녕은 새 운명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안녕을 미워하진 않았지만, 미래가 없는 안녕과는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좋아, 내 미래는 내가 스스로 개척하자!’

개척할 미래가 아직은 정확하지 않았지만, 집을 떠나기로 작정하였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하여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안녕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떠나는 마을을 뒤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잘 있어요. 안녕,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안녕!’

안녕이 떠나고 난 어느 날부터, 마을이 한결 평화롭고 조용해졌지만 사실 마을은 보이지 않은 작은 데서부터 변화가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두통을 앓았다. 이유도 모른 채 어지러움에 밥맛까지 잃어버리곤 했다. 점점 마을은 황폐해지면서 마을의 자연도 변해 갔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지만, 제일 먼저 눈에 띄게 투명한 초록빛의 나무들이 녹색 빛을 뿜지 않았고, 바람이 불어도 나무는 흔들리지 않은 채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곡식도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

해가 떴을 때나 달이 비칠 때나 마을은 한결같이 어둡기만 했다. 하늘의 반짝이던 별빛은 거무스름한 채 마을을 내려다보곤 했다.

도랑의 빨래터에는 물이 말랐다. 시냇물이 넘실거리던 곳은 겨우 졸졸거리기만 할 뿐 물소리도 점점 사라져갔다. 사람들의 한숨 소리만 커졌다.

놀란 마을 사람들은 거무스름한 하늘에 기도했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맨발로 이슬 머금은 풀숲에 무릎을 꿇어 빌기도 해봤다.

“안녕이 없는 마을은 아무리 빌어도 소용없는 짓이다!”

하늘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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