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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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진 산자락 한 모퉁이
벌레 먹은 갈색 잎새들
밟아도 꿈틀대지 않는
침묵하는 바람의 독백
가물거리는 숨결 하루를 가늠한다
한때는 피붙이와
가슴 뛰는 삶으로
세상 주무르던 시대의 주역이었을
사위어 간 세월 앞에
심장에 큰 바위 하나씩 올려져
신음 소리마저 애닯다
거미줄 같은 바람막이는
찰나를 가름하고
벼랑으로 내몰린 초점 잃은 눈망울들
낡은 이름표 매만지며
지문 찍는 바람의 섬
허공에 걸린 반달 앞에
몸을 떠는 가랑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