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17
0
창가에 걸린 외로움이 비를 듣는다
비는 허공을 헹궈 창문을 적시고
기억은 젖은 종잇장처럼
번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잊혀진 이름들이 창틈으로 스며든다
마치 벗어둔 외출처럼
나뭇잎 끝에 걸려 있던 햇살이
내 그림자를 놓아 버리듯이
외로움도 벗이 될 수 있을까
불빛이 문을 열면
사라진 것들이 바람처럼 돌아와
낡은 재킷처럼 어깨를 감싼다
별빛이 밤을 침투하면
아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이
서랍 속 접힌 종이처럼 기다린다
그리고 나는
그 한 모퉁이를 펼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