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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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산에 청청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푸르다
어느날
푸르듯 기어오른
뼈대 없는 줄기
청다래 이름을 가장해
청청거목 머리 위에 서서
거목의 목덜미에 머리채 잡듯
온 힘 뱉어낸다
청다래 이름 빌어 푸르다지만
누구도 알 리 없는 엉킨 실타래일 뿐
햇볕 창창한 날
푸른 잎들 시늉한 치마 펼쳐들어
큰 나무의 등줄 타고 올라
거대한 빛 가리려 하나
가을 겨울이 오는 진리와 숙명은
실타래처럼 뻗은 암줄기를 태우고
아렴풋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피어나는 자유의 힘찬 목소리
찬란한 봄은 온다
봄이 오는 소리에
다시 오르려 한 이름 모를 넝쿨들은
그 빛에 엉클어진 뒷모습조차 사라지라
잠시도 변하지 않는
당당한 저 늘 푸른 모습
보라
태양 아래 우리의 함성은
늘 올곧은 나무
끝끝내 의연한 모습으로
자유의 뿌리 당당히 서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