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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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지난 추억은
늘 그대로 마음에 담겨 있는데
세월은 우리의 모습을
더덕더덕 변화시켜 버린 생의 무적
까맣고 덥수룩하던 머리카락이
이젠 세월에 바래버린 반백
가뭄 들녘에 타든 식물들마냥 듬성듬성
거울에 비친 머리숱을 보며
어찌 인생이 허무하다 하지 않으리
훨훨 날아가 버린 시절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 아이들이
그때의 우리들보다 더 성숙하였음에
세월이 밀치고 가는 길은 내리막길
오늘 저 숲속의 푸르름도 세월에 밀리어
곱게 채색되어 아름다움을 한껏 멋부리다가
쓸쓸한 생을 마감하더라도 때가 되면
다시 본 모습으로 찾아든 잎일진대
어찌 우리 인생 한 생뿐인 오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