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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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의자에 노인들만 멀뚱멀뚱 앉아 있는 정류장에서
낯선 동네의 이방인처럼 버스를 기다린다
도착한 버스 속에는 노인들뿐,
고개를 돌려가며 젊은이를 찾았으나 보기 어렵다
노인들의 밭은기침 소리를 들으며
살아 있는 것이 왠지 눈물겨워 숨소리도 죽인다
버스 창 너머 멀리 보이는 앞산 어디쯤
한 줌의 흙으로 어느 순간 세 들 것만 같다
낙엽만 휘이익 바람 속으로 날리며 가을을 긁어댄다
바람도 햇볕도 느린 가을 끝자락,
다음 정류장에서도 노인들만 천천히 버스에 오른다
발갛게 불타는 단풍 길을 버스가 스칠 때
자꾸 지나온 젊은 나를 생각하고 몸살을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