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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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호*에는
우주가 담겨 있다
해와 달과 별
새들의 노래 바람의 한숨
함께 숨 쉬고 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간다고
아우성치지 않고 고요히 물살 흔들어
그래그래 세월을 다독인다
매양 가슴 크게 열어
장맛비 소나기 이슬비 눈송이 진눈개비
새들의 눈물도 개구리 오줌도 받아 품고
어느 집 부엌에서 무슨 음식 그릇을 씻었느냐
장골 질골 어느 계곡에서 내려왔느냐
더럽다 깨끗하다 묻지 않고
너 때문이야 다투지도 내 덕분이야 드러내지도 않고
한 아름 크게 품었다가
농번기철 아낌없이 바닥까지 비워내는
어머니 가슴이다
오시라
신나고 즐거운 영혼도
힘들고 지친 영혼도 오시라
용서와 이해로 하늘을 채우고
괜찮아 괜찮아 잘했다 잘했다
그래그래 물살 흔들며 아름다운 세상 보여준다
*청천호: 충남 보령시 청라면에 있는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