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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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지 마라
함부로 건들지도 마라
겉과 속이 다르다고 흉보지만
다 자기 몫이 있다
쓸데없이 공격적이지 않았고
게으름만 굴리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구나무를 서 본들
시고 떫고 쌉쌀한 본성은
떨궈지지도 않고 달큼해지지도 않는다
그 누구처럼 물러터지는 것보다
오히려 땡땡한 게 낫지 않은가
떨떠름한 인생,
그렇다고 헛살지만은 않았다
노란 향내를 호객 행위라며 뒷발질한 이에겐
화끈하게 할퀴고 덤빈 적이 있지만
한때 유배된 이들을 살뜰히 품어준 의리도 있고
윷판 위로 날아오르며 흥에 겨운 때도 있었으며
뒤쪽으로 밀리지 말자고 다짐했던 적도 있다
평생 구석에서 탱자탱자 뒹굴고 있으란 법은 없다
그래, 다시 탱글탱글하게 잘 살아보자
힘내서 이겨내고 버텨보자
탱자, 끝까지 지켜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