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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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지 않으니
내가 너에게로 갈 수밖에
가만히 눈을 덮고
날 부르지도 않고 있는데
나는 비를 맞으며
너를 만나러 간다
여기저기 움푹 파인 도로가
몹시 싫어하는 티를 내도
사파리 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마침내 도착한 그곳
우연(雨煙)을 피워
아무도 모르게 너 혼자
암보셀리 초원을 다 키워 놓았구나
무리 지어 다니는 코끼리 떼를 보며
네 흰머리가 생긴 이유를 짐작해 본다
어느새 맑아진 서쪽 하늘
노을만이 킬리만자로를
어루만지며 위로해 주고 있다
산다는 건
노을이 지는 이유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