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22
0
갈기를 세우고 싶었으나
나에게는 갈기가 없다
아니 갈기를 세울 목덜미가 없다
타래 모양, 흩날리는 불길을 일으키면서
산맥이고 평원이고 건너 뛰어
마구 달려가고 싶었으나
나에게는 두 다리가 없다
아니 땅 속 깊이 박혀버린
두 다리가 굳어버린 지 오래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오직 앞으로 불거진 두 눈
깨어 있음이 곧 내 삶의 길이다
그 부라린 듯 두드러진 눈알
마지막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뒷모습이라도 돌아볼 요량으로
몸을 앞으로 굽힌다는 것이, 그만
두 눈알맹이만 튀어 나오고 말았다
그렇지 그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다 보면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지막조차까지도
이리 어려운 슬픔임을 몰랐다
동구(洞口)의 자리에 못 박혀
눈 빠지게 너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는 마음으로
너와 나는 분열되고
시비를 가리는 순간
분명 위선자가 되어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