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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회원작품(장승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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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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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를 세우고 싶었으나

나에게는 갈기가 없다

아니 갈기를 세울 목덜미가 없다

타래 모양, 흩날리는 불길을 일으키면서

산맥이고 평원이고 건너 뛰어

마구 달려가고 싶었으나

나에게는 두 다리가 없다

아니 땅 속 깊이 박혀버린

두 다리가 굳어버린 지 오래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오직 앞으로 불거진 두 눈

깨어 있음이 곧 내 삶의 길이다

그 부라린 듯 두드러진 눈알

마지막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뒷모습이라도 돌아볼 요량으로

몸을 앞으로 굽힌다는 것이, 그만

두 눈알맹이만 튀어 나오고 말았다

그렇지 그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다 보면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지막조차까지도

이리 어려운 슬픔임을 몰랐다

동구(洞口)의 자리에 못 박혀

눈 빠지게 너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는 마음으로

너와 나는 분열되고

시비를 가리는 순간

분명 위선자가 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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