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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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구름 아래 치악산 휘휘 돌아
아홉 계곡 고개 숙여 조아린 천년 사찰
짙어진 노란 은행잎 늦가을도 깊었다
속세에 물이 깊어 제 앞도 못 보는가
보광루 종루 길목 돌계단 난간 위에
가을볕 가부좌 틀고 다 비운 채 있거늘
해탈의 마음 갖기 아득히 먼 중생들
뎅그렁 풍경 소리 적막을 깰 때마다
하나둘 비워지는 걸 뉘인들 알았을까
합장한 두 손 끝이 가르친 처마 끝에
흰 구름 걸린 뜻은 이승의 연이 길어
탐욕을 놓을 수 없어 애원하는 내 마음
은행잎 흩뿌려진 개울가 거북바위
천년의 흥망성쇠 모른 척 외면한 채
지나간 찰나를 안고 낙엽비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