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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세레나데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효숙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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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시가 지났다.

‘너 그럴 수 있니?

그 남자로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 줄 알면서 그와 카톡하고 전화하고 왜 그렇게 하니?’

문자를 읽고 어리둥절 멍했지만 허리 통증으로 만사가 귀찮아 눈을 감고 찜질팩으로 허리를 달래며 누워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무슨 이런 사람이 있어?

상식 이하의 이런 형편없는 인격자였던가?”

혼잣말을 뱉으며 전화기를 꺼 버렸다.

아침 식사 후 전화기를 켰다.

문자 폭탄이었다.

“뭐야, 너 그런 사람이었어?

그런 인간인 줄 모르고 내 인생 모든 얘기 다 해주고 믿었는데…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지, 전화도 안 받고 답도 없이 날 왜 무시하는 거야?”

아, 어떻게 되어 가는가?

이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황스럽고 놀랍고 두렵기까지 한 사건이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의 K시인과 인연은 20년이 넘는다.

시인은 퇴근 후 집에 가기 싫어해서 나와 자주 만났다.

식사를 하면서 “언니는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친구가 몇이나 있어요?” 하고 물었다.

나보다 나이도 한참 많고 외모도 화려해서 나와는 우정으로 이어가기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관계이지만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나를 향한 손가락질로 씽긋 웃으며, “우리 하영이 희영이 하자”며 이렇게까지 다가와 자기의 삶의 모든 것을 내게 풀어놓고 사는 사람이었다.

전문직에서 정년퇴직 후 만남이 없는 날은 그와 매일 통화를 했다.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의 불협화음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왔다.

어느 날 준비 없이 남편이 떠났다.

남편과의 삶에서 잔인한 트라우마로 남편 산소에 가는 것까지 두렵다고 했다.

연금이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게 했다.

시를 쓰며 백화점을 다니며 우아하게 살아가던 시인 앞에 무명의 작곡가가 나타나고 끈질기게 집착해 왔다.

자식까지 다 떠난 허허로움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선 남자에게 굳게 닫혔던 문을 조금씩 열어갔다.

이혼남으로 두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너무나 가난한 연하의 작곡가!

그는 그 시인의 시를 작곡해 주겠다고 했고 한 편의 시를 작곡해서 그 가곡이 전파를 타고 흘러나올 때 그 작곡가는 시인의 모든 시를 작곡해 주겠다는 말로 적극적 구애를 했다.

시인은 자기의 많은 것을 빈 곳간의 남자에게 하나씩 채워주기 시작했다.

연금으로는 부족해서 집 대출까지 받아서 요구하는 목돈을 챙겨줬다.

남자의 뒤늦은 공부 뒷바라지까지 하면서 행복해 하며 미래 꿈을 키워갔다.

어느 날에 엄마가 되려면 아이들 대학 등록금을 챙겨 달라는 요구에 엄마가 된다는 희망으로 그 자식까지 챙겨주었다.

피아노 한 대가 놓인 골목길 가게방의 초라한 삶에서 집을 사게 되고 전자제품 모든 것을 챙겨주면서도 기다리라는 말뿐 그 집에 초대받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차츰 작곡가에게 향한 거액의 지출이 많아지면서 주식이 곧 상장된다는 사기꾼의 유혹에 넘어가 옛 동료들까지 권유하게 된 투자가 사기로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옛 동료들이 투자에 대한 피해를 요구하고 고가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갔다.

작은 빌라 월세살이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시인은 연금으로 작곡가와 노후 삶을 꿈꾸는 희망을 품었다.

어느 날 작곡가는 국회에 입성하고 싶다는 꿈을 말해 왔다고 정치인의 아내에 대한 희망으로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선거로 인한 목돈이 필요하다고 거금을 요구했다.

모 정당 추천으로 시의원 출마 후 강연한다는 날 선거운동원에게 줄 많은 음식을 준비해서 선거 사무실에 갔을 때 문 앞에 나타난 젊은 여자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 보는데 왠지 머리끝이 섬뜩하더라고 했다.

당신은 누구냐고 했더니 의원 후보와 결혼할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하는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고 했다.

곧 정신을 차리고 정당 사무실을 찾아가 그동안 후보와의 관계 사연을 풀어놓고 공천을 취소하라고 강하게 말을 하고 돌아왔다며 울분을 토하며 분노로 몸을 떨던 그 시인의 좌절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전화로 그 작곡가와의 추억을 들려주고 생애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는 말을 하면서 배신의 고통을 하소연하던 시인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종일 굶었어, 두통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지….”

긴 세월 나에게 아픈 영혼을 위로받고 싶어해 온 그 시인의 환상에서 깨어난 처절한 고통에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아 폭포처럼 쏟아내는 사연만 들어주었다.

어느 정치인의 강연장에서 함께했을 때 그 정치인과 찍은 사진이 그 시인과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인데 그 정치인의 강연에서 “우리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아서 돈이 없는 것입니다” 하는 긴 연설 중에 기억에 강하게 남는 한마디가 생각난다.

그 후 그 정치인이 도둑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사진을 지워 버렸다.

그 작곡가 또한 국민의 심부름꾼이라 이름하에 정치를 했다면 아주 멋진 도둑놈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 작곡가의 위정자 꿈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시인들의 시가 그 작곡가의 손에 노래가 되어 전파를 탄다.

‘너 끝까지 날 무시하는 거니?

뭐라고 말해 봐.’

‘나는 지금 허리 수술 날짜 정해진 환자이고 그 사기꾼은 인간 이하라고 생각해요.

지금 언니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우니 병원에 가 보세요.

정신이 돌아오면 사과하세요.’

이것이 그 시인과 나눈 마지막 문자다.

망상증 환자가 된 K시인!

그분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는지?

혹시?

설마?

깊은 그 마음의 상처를 끝까지 위로해 주지 못함이 후회와 미안함이다.

내 인생길에 날개 없이 날라버린 세 사람의 아픈 이별이 내 삶을 한으로 고통스럽게 한다.

나에게 삶의 긴 여정 한을 토해내며 위로받으려 다가왔던 아픈 영혼을 가슴으로 품어주지 못함이 내 생에 또한 고통으로 남지 않게, 부디 어디선가에서 시를 쓰며 자신을 위로하며 살아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 시인의 화려한 외모는 텅 빈 가슴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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