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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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으로 평생을 허비한 개가
슬슬 주인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한때는 갖은 아양을 다 떨어
온몸을 비비 꼬며
온갖 애교로 주인의 귀염 더미에 깔렸었는데
눈곱이 비치기 시작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혀를 길게 늘여
끈끈한 점액을 흘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주인이 관심을 거두고
발길질이 잦아지는 푸대접으로
뒷전에 밀려 꼬리를 푼다.
인심을 눈치 챈 늙은 개가
떳떳하게 고개 들지 못하고
서글픔 넘치는 멀뚱멀뚱한 눈에
애잔한 눈빛을 구겨 넣고 있다.
순종으로 길들여진 한 살이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뼈마디에서
부질없었던 허영이 맥 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