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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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매달려
한 계절을 칩거하는 것은
과연 행복한 삶인지
나는 가끔 내 발바닥에 입을 대고 묻는다
머리 위에는 딱딱한 모자가 억누르고 있다
한 계절 모자 속에서 동면하던
붉은 피붙이들이 고달픈 묵언수행을 마치고
힘겨운 기지개를 켤 때마다
하얀 각질이 눈꽃으로 흩날린다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꼽추 언니는 무섭기만 한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강제로 낙태를 당한 뒤
텅 빈 자궁으로 볏짚에 덮여 한 계절을 울었다
가엾은 언니를 위로하려고
높은 문지방을 몇 번이나 넘으려 시도했지만
안방에서 들려오는 무서운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에 온몸이 쪼그라드는데
헛생각 말고 낼모레 교장 댁 제사상에
출장 나갈 준비나 하라고 불호령이다
허공에 매달려
한 계절을 인고하는 것은
과연 가치 있는 삶인지
나는 가끔 내 귀에 입을 대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