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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여우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귀옥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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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름이 다하면 돌도 어쩔 수 없어

연인들 마음처럼 부서진다

 

은백양 수만 잎이 뒤채고

쪽동백 첫눈처럼 쌓인 골짝의 여울

 

먼 계곡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백색의 기억들

 

은빛 억새밭 같기도

파닥이는 날갯짓 같기도 한

달빛 부서지는 바다에

모래 되어 모였다

 

흰꼬리 말며 달려온

길들 수 없는 은빛 여우들

입속 가득 모래 토하며 뒷걸음질 친다

 

모래들은 먼 길을 돌아

다시 마음이 되고

 

바위에 새겨지는

은빛 여우 젖은 유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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