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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송이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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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잘랐다 두 팔도 잘랐다

피가 멎지 않은 몸뚱이를

인연의 끈을 풀어 마대에 묶고

울컥대는 밤길을 홀로 떠났다

 

점점 멀어지는 낯익은 냄새와

눈 속에만 있는 그리운 사람들은

벌써 나를 잊었겠지

 

성미 급한 3월이 대지를 흔들어

혼미해진 꽃들이 계절을 앞당겨 두서없이 피었지만

뿌리 없는 나는 낯선 곳에 이식된 새 삶이

아직도 고단하고 두렵다

 

살랑대는 3월이 헝클어 놓은 기억의 실타래를 헤집다 소환된

미운 오리새끼를 즐겨 읽던 소녀는

고장난 눈물 꼭지를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다

사지를 잃었는데 가슴에서 피가 솟구친다며

3월이 놀라 눈시울을 붉히다가 오랫동안 같이 울어 주었다

 

두 발을 땅 속 깊이 뿌리 내리게 하려고

3월이 동동대다 잔망하며 누런 해를 가지 끝에 걸어두고 갔다

 

나는 어떤 꽃을 피울까 가지마다 어떤 열매를 맺을까

움직일 수 없어 달려 나갈 수 없지만

절망 속에서도 다가올 봄이 기다려지는 간절한 이유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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