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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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수록
우주 공간 가득 허무가 쌓이고
저 하늘 속 나라 돌아갈 날 가까워
이 세상 왔다 간 흔적 쓸쓸하지 않게
시시한 시라도 써야
시인 아닌가 하여
펜을 들고 빈 종이를 내려다보니
멀뚱히 올려다보는 흰 종이
아등바등 치열한 삶이 삼켜버렸나
기름 낀 혈관 속으로 잠적해버렸나
숨바꼭질하며 미끄럼 타는 시어들
잡을 수 없어 갈등하네
시가 나를 멀리 하니
내가 먼저 시를 버릴까
해도 아니라 손사래 치는 속사람
누구 날더러 시 내놓으라
윽박지르는 것도
종주먹 들이대는 것도 아니련만
계륵을 붙들고 끙끙대며
임계점에 도달한 인내심
이토록 숨막히는 날은 어찌해야 하나
아하, 이런 날 시인이 할 일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시, 한, 줄,
읽을 수 없는 영혼에게 가 닿는 것
오늘은 온몸으로 시 쓰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