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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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밑에 쌓아놓은
낡은 사진첩을 열어 본다
젊은 날 추억들이 쏟아져 나오고
어느 영화배우가 이보다 멋있을까
포마드를 바른 머리에 검은 사각 선글라스
그리움을 손끝으로 더듬어 본다
만지는 건 긴 세월
구름 사이로 내리는 눈꽃 송이에
당신의 봄을 그려 놓고
수십 년 세월을 접어 놓아서일까
누렇게 들떠있는 사진첩에
사진한장포개본다
붉은색 넥타이를 맨 기억
어두운 골짜기에서 탈출하고 싶었을까
사각 상자에 스며든 흙냄새가
고향인 줄 안다
귀마개가 있는 털모자에
젊은 날의 흔적을 넣고 잔디를 깍는다
굴곡진 삶의 흔적
빛이 숨어버린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