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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의 잔

한국문인협회 로고 최정은(성동)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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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매 시간마다 시험지를 받아들었지만

함박눈을 뒤집어 쓴 듯

머릿속은 온통 새하얗기만 하다

조바심에 손가락 저리도록

볼펜을 굴려도 펼쳐진 문제들은

먼 메아리처럼 낯설고 아득하다

소홀했던 시험기간을 말해주듯

책갈피의 대혼란이 몰려온다

훅,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불같은 열기

결국 동댕이치듯 손을 털고

청계천 눈길을 터덜거리다,

조팝나무가지에 앉아 재잘대는

참새들에게 물어본다

하늘을 날기 위해 너희들은

얼마나 많은 날갯짓을 했느냐

가느다란 가지에 옮겨 앉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느냐

나는 빈손으로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나

고배의 잔은 쓰고 쓰다

광고의 제목 광고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