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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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계절은 오지 않고
없는 듯 무심한 햇빛이 비치는 세상엔
바람도 없는 태풍이 인다
휩쓸리는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 하나
몇 번을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면
얼어붙은 강가에서 빈 배를 기다려
긴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눈 내리는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으로 갈까
애꿎은 거위들의 희생이 촘촘히 박힌
날아갈 듯 가벼운 외투 속으로
흥건한 땀의 무게에
가쁜 숨 몰아쉬며 종종걸음 걸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지만
그래, 살 만한 세상이지
하늘하늘 흩날리며 사라지는
하얀 꽃송이
겨울이 녹아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