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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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지 않는 설음이
옹이 되어 깊이 들어앉고
켜켜이 쌓인 세월이
나이테만 남기고 떠나가면
맺히고 맺힌 천년 한은
눈물로 내려와
안개 서린 풀잎 위에
동글동글 자리 잡는다
눈물의 무게를 지탱하는 풀잎은
힘에 겨워 뒤뚱거리고
광합성 작용을 준비하며
억센 생명력을 일깨운다
얼굴에 피멍 들어 친정으로 쫓겨온 누이동생의
깊숙이 응어리진 새까만 한(恨)과
남에게 드러내는 가슴앓이가 부끄러워
아침 햇살이 찾아올 때쯤이면
스스로 자취를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