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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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깨어나지도 않은
게슴츠레 실눈 뜬 하루 앞에서
미화원이 거리를 쓸어가고 있습니다
어제가 남긴 낙서들을
묵묵히 지워가는 중입니다
바람이 심술처럼 흩트려 놓은
창백한 잎새들도 쓸려가고
곯아떨어진 차량들 사이
태우다 버린 꽁초들도 쓸려갑니다
빗자루가 거리를 스쳐간 후에야
비로소 아침은 기지개를 켭니다
흔적입니다
치열한 삶의 모퉁이에 배설된
우리 삶의 버려진 유산입니다
떠나기 싫어 머뭇거리던
삶의 슬픔과 눈물도
이 어둠에 실려
영원의 흔적으로 쓸려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