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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떨림

한국문인협회 로고 윤경이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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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갈림길에 목발을 짚고 서 있는 가로수 꿈을 꾸듯 그림자마저 
안으로 접어 사윈 채 윤곽만으로 떠도는 묵시의 거리 어느 여가수가 부 
르는 이별의 노래처럼 조금은 슬프게 음률에 맞추어 비가 내린다 후드 
득 한기로 몸을 떠는 핏빛 나뭇잎 악장처럼 떨어진다 발에 밟히는 작은 
존재의 떨림에서 예수의 옷자락 한끝을 몰래 잡았던 한동안 어깨를 들 
썩였을 여인의 비릿한 피 냄새가 난다 길손처럼 하룻밤 머물다 가는 그 
녀의 가녀린 손에 잠시 뿌리 내려 피워올린 한 송이 꽃을 쥐여 주고 싶 
었던 거야
떨어진 낙엽 소리 없이 발길에 눕는다
촉촉이 스며드는 숭고한 그 사랑 요람에서 듣던 어머니의 자장가 소 
리다
가을날 쓸쓸히 밟히는 낙엽은 차라리 하나의 경건한 의식이다

* 마가복음 5장 21∼43절;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았던 혈류병을 앓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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