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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위에 허공을 올려 놓고

한국문인협회 로고 배문석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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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지워지고 있었습니다
파란 마음 지워가는 저 하늘 때문에
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때로는 양떼구름과 새털구름이 수를 놓을 때도 
두려움은 티끌만큼도 바닥에 쌓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혼란스러운 기억으로 가득합니다 
새들 지저귀고 벌 나비가 날던 시절은 
다 어디로 숨었는지
사라지고 없습니다
높이 뜬 비행기가 길게 가로를 긋고 지나갈 때도 
우리가 살아가는 궤적 위에서
저 비행기가 지나가듯
지워진 하늘이 하루의 낱장에 접혀있었습니다 
낱장을 들춰보지 않고
허공은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바람 한줄기 잘라내 속살을 열어보니 
그 허공에
목숨을 부지하고 사는 목숨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보이는 것만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그 결에 허공이 보듬었다는 
존재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는 게 다 이 모양입니다
허공이 하늘 속에 있다는 그 허공을 
모두의 마음속에서도
그 하늘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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