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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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왜 이리 스산한가?’
나직나직 <파우스트>의 아리아를 부르며 걷는 앞산 자락길
마른 낙엽들 흩날려 스산한데
계절을 역행한 꽃무릇이
회색으로 바랜 길섶을 생명의 빛깔로 채색한다.
꽃대마저 말라버린 10월의 어느 날 환생하여
만추의 한기에도 청청히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여린 몸이지만 살을 에는 동지섣달 칼바람도 꿋꿋이 버틴다.
봄바람에 긴장이 풀린 육신은 연어처럼 흐느적거리다가
산천의 짙은 녹음이 빛깔을 잃기 전에
자신은 소임을 다했다고 서둘러 떠나지만
인고의 선혈이 꽃으로 남아
활활 그리움을 불태운다.
한 몸이지만 결코 서로 만날 수 없는 애틋한 사랑
서로의 존재를 잃어버려 슬픈 추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