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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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색이 짙은 그가
햇살을 동냥하러 나간 사이
나는 겨울 텃밭에
웃자란 시금치를 뜯어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일 생각을 한다
까만 다슬기 두어 줌 넣고
노을로 양념하면 삼삼하고 시원한
국을 끓여 낼 수 있을 텐데
간밤에 김치를 맛나게 담근 어머니
맛보라며 김치 한 입 넣어주지도 않아
서운했지만 이승 떠난 이가 주는 걸 먹으면
병치레한다는 이야기 생각하며
며칠 뒤, 제삿밥 드시러 미리 현몽했나 싶기도 하다
앞산에 이마를 가린 낡은 참새 방앗간
오랫동안 쉬는 게 불편한지
어둠의 그림자를 두툼하게 뒤집어쓰고
거실 낡은 소파에 바짝 쪼그리고 누워
두려워 말라며, 힘껏 그의 어깨를 껴안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