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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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여덟 식구의 수저 소리가
달그락 거리던 집
앞산 꼭대기를 휘감고 도는 구름과
담 너머 보이는 푸른 바다는
내 가슴에 감성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
나무대문의 울림소리가 멈춘 지 오래 되니
나도 우리 집도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기둥에는 숭숭 구멍이 나고
기왓장 사이에서 잡풀이 자리를 잡고
추석 때 배를 따던 아버지가
이제 손주를 기다리지 않는 집
장승처럼 서 있는 배나무 한 그루 빈 집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