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겨울호 2024년 12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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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비 오듯 온몸을 적시는 걸 어쩌랴
작은 언덕 오르기 쉽지 않은 것을
마른하늘 번개 피할 수도 없는 것
푸른 초원에서 논길 다듬다 모시적삼 젖어들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큰댓자로 누웠다가
소나기 피하며 꽁보리밥 된장국 맛나게 먹던 시절
사계절이 아름다웠던 그곳은 천상일까
폭염과 태풍 한파까지 몰아치던 긴 시간
야금야금 억눌림 속에서 피할 곳 찾았어도
이웃사촌보다 더 무서운 생각의 아이러니
그날 펄펄 끓던 함성은 아직도 계속인 채
빙하는 말없이 녹아져 디딜 곳 잃어버려도
막지 못할 자연의 몸부림에 터덜거리는 세월